연일 한우 값이 폭락하고 있다. 돼지 값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이제는 가격안정이 아니라 축산농가의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정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축산 농가를 살리는 길은 무엇보다 한우와 돼지 값 안정만이 유일하다.

 통계청의 올 3·4분기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 9월 기준 300여만 마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9만4,000마리 증가한 셈이다. 최근의 가격 약세에도 불구하고 사육 마릿수 증가세가 멈추지 않아 장기적인 가격 불안정이 우려된다. 돼지는 9월1일 기준 778만마리로 3개월 전에 비해 45만마리(6.2%) 증가했다. 이는 구제역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만 마리(21%) 감소한 것이지만, 유럽산 냉장 삼겹살 수입 증가와 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부족한 공급량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우와 돼지 등 가격 하락 사태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정부와 축산농가가 긴밀히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으로 축산물 유통 환경이 크게 변했다. 헝가리나 덴마크산 냉장 삼겹살을 값이 싸다는 이유로 거침없이 소비하는 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돼지 마릿수 증가가 답이 되긴 힘들다.
 돼지고기는 내년 4·4분기에 값이 가장 낮게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4·4분기는 현재 입식하는 돼지를 출하할 시기다. 따라서 더 큰 가격 파동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한우 값 안정을 위해 최근 암소 자율도태를 추진했지만 도태율이 15%를 밑돌아 불안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
 암소 도태를 위해서는 3~4개월 잘 비육해 출하해야 하지만, 이 경우 사료비도 건지기 힘들어 농가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 실효성 있는 도태 유도 정책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국산 돼지고기·한우에 대한 대대적인 소비 활성화 대책이 우선 실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적정 마릿수를 유지하고 개방화에 대응해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더 박차를 가하는 것이 축산농가의 생존해법이다.

구제역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 것은 바로 구제역 창궐이다. 얼마 전 경북 포항의 한 한우 농장에서 사육 중인 14마리 한우 가운데 1마리가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여 잔뜩 긴장했지만, 정밀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한우 값이 폭락된 주원인이 바로 구제역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소비가 줄어들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 된다.

 해당 사육농장의 농장주는 최근 중국 베이징을 여행하고 돌아오면서 입국 때 공항에서 소독을 받는 등 수칙을 지켰다. 또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소는 올해 초부터 세 차례 백신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한다. 농장주가 구제역에 대비해 제대로 된 수칙을 지킨 게 화(禍)를 막은 것이다. 포항에서의 구제역 의심 신고는 8월 말 경북 봉화군에서의 의심 신고 이후 두 달여 만으로, 구제역 바이러스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할 무렵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축산농가, 국민 모두 긴장했다. 지난 4월 20일 경북 영천의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뒤 지금까지 신고 된 13차례 구제역 의심 증상이 모두 음성으로 판정이 나 다행이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점검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확인됐지만 초동대처가 미흡했던 탓에 이후의 판단 미숙으로 전국 11개 시·도 75개 군에서 소 15만여 마리, 돼지 331만여 마리를 땅에 묻은 가슴 아픈 기억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축산농가 모두 지난해의 구제역 악몽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전국을 휩쓸다시피 한 구제역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정부는 모니터를 한층 강화하고 차질 없이 백신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소독을 강화하고, 백신 접종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가축 이동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다’면 더 이상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의 대책마련도 중요 하지만 우리 스스로 반드시 지켜야할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