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태웅 취재기자

서울시가 지난 3일 서울시 거주 청년 2,800여 명에게 1인당 청년수당(청년 활동 지원 사업) 50만원씩 14억여 원을 지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대상자 선정 발표와 동시에 기습적으로 현금을 지급했고, 보건복지부는 이튿날인 4일, 서울시의 '청년수당'(청년 활동 지원 사업)에 대해 직권 취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제소할 방침이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주 근무시간 30시간 미만인 청년들을 선발해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을 지급해 구직 활동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이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취준생이나 아르바이트생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받는다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왜 이토록 난리인가?
취지에 맞지 않게 지급된 청년수당이 구직 활동에 이용된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해 더욱 심해진 취업난 속에 청년세대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 특히 기이한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청년수당에 관계없이 취업난은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물가에 소비심리가 강한 이 시대 20대 청년들에게 구직 활동을 위해 지급된 50만원은 다 어디로 갈까?
속된 말로 ‘꼰대’, ‘아재’로 불리는 기성세대들은 순수하게 구직 활동에 쓰일 것이라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당사자인 청년세대는 대부분이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비나 유흥비 등에 쓰일 것을 알고 있다.
이미 서울시에 앞서 ‘청년배당’을 실시한 성남시는 시작부터 정책 의도와는 달리 ‘상품권 깡’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성남시 음식점과 소매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성남사랑상품권’을 현금화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20~30% 낮은 가격에 현금 판매하는 것이다.
이런 각종 부작용과 함께 다른 지역에 사는 청년들이나 생계가 곤란한 취약계층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소지를 옮겨 돈만 받아내자”, “서울시 청년만 청년인가. 그럴거면 서울국으로 독립해라”는 이야기도 청년들 사이에서 나도는데, 이런 현상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진짜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은 이미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거나, 위험한 산업현장에 뛰어드는 등 일자리의 ‘질’에 관계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런 청년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려 애를 써야할 판국에 단순 금전 지원이 과연 도움이 되는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정책을 놓고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 등 우리나라 청년세대가 힘겨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