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경남JC특우회 부회장

 덥고 습하다. 장마철 고유의 불쾌지수에 사드 정국, 검찰비리, 정치비리가 단백질에서 뽑아낸 DNA 고리처럼 얽혀 실마리 없이 짜증스럽다. 아니, TV만 틀면 수많은 종편 박사(?)의 천편일률적 물어뜯음이 더욱 우울하다. 게다가 IT 강국이라고 제 입으로 떠벌이면서 슈퍼컴, 빅데이터니 뭐니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은 일기예보는 겨우 하루 치 정도만 내다볼 뿐이니 어처구니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도 없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수많은 종편프로에서 먹잇감이 걸리면 앞, 뒤 가릴 것 없이 하이에나처럼 한 사람을 물어뜯어 순식간에 인간망종을 만들어 죽일 기세로 박살을 내면서 “가재는 게 편”인가, 일기예보가 주야장천 매일 틀려도 일체 논함이 없다. 
 산업혁명 이후 정보화 사회에 접어든 요즘, 잘못된 정보나 어긋난 정보가 작게는 개인, 크게는 국가안위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기상청은 주일 내내 태풍에 더불어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린다고 했다. 그러나 해멀건 야구장에 관중 없이 썰렁한 야구장은 앙꼬 없는 찐빵. 구단주의 빈 지갑은 누가 채워줄 수 없으니 필연 망할 수밖에 더 있겠나. 예약이 생명인 낚싯배들의 생계 또한 어떠한가. 천정부지 장비, 인건비에 꼼짝없이 발 묶인 영세 건설업자 피해 또한 어쩌란 말인가. 호들갑을 떨더니 올해 태풍 ‘네파탁’은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서 사라졌다. 작년 태풍 ‘찬홈’의 오보로 범세계적으로 ‘우사’(쪽팔림)를 시킨 것도 모자라서 말이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일기예보는 장삼이사 웃어른의 오랜 경륜과 거룩한 뼈마디가 기상청을 대변했다. “비 오겠다, 장독 닫아라!”, “올가실은 풍년 들게야!” 거의 70%는 맞췄다. IT 강국에 걸맞게 희한한 그래프와 현란한 시각적 도구, 짧은 치마, 예쁜 얼굴로 정의되는 요즘 일기예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5할은 맞춘다. 야구선수로 치면 메이저리그에서 지존의 급이다.
 ‘경우의 수’로는 ‘도’ 아니면 ‘모’니까 말이다.
 광의(넓게)로, “이번 사업이 성공할까요, 말까요?” 복채 3만원이면 무당도 5할은 간다. 협의(세밀히)로 “라면 사업을 할까요, 떡볶이 사업을 할까요?” 5만원 복채면 무당, 3할대 타율은 책임진다. 
 유체이탈적화법이 아니라, 본인 또한 음주운전 등 많은 범죄 이력자로서 눈만 뜨면 비리 종합세트가 쏟아져 동질감과 더불어 측은지심이 생겨날 지경이지만, 한수원, 국방, 정치, 검찰, 연예 등 상층 동맥과 정맥부터 하다못해 버섯, 젓갈, 하층 실핏줄까지 피라미드 정점에서 바닥까지 도둑질에, 비리에 자유로울 사람 몇 없는 범죄의 나라에서 유독 기상청만 구름 위에 독야청청하는 느낌이어서 하는 말이다. 
 큰 도둑은 여전히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와 호가호위하며 마른자리만 골라 앉는데 우리가 일조하지는 않았는가. 노른자위에서 책 두어 번 팔았으면 꽤 모았을 텐데 그것도 부족했을까? 큰일 하는 주군을 위해 기꺼이 후원금을 내 논 운전기사는 진정 ‘기사도정신’이 투철했는데, 왜! 뒤틀렸을까. 누구도 큰일 하는 분을 향해, 헷갈리게 하는 기상청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없는 것일까.
 ‘02년 루사’, ‘03년 ‘매미’로 태풍이 이 땅에 연타석 홈런을 날린 뒤 기상청은 엄청난 혈세로 명실상부한 기상과학장비를 갖췄다고 했다.
 은근히 북측에 자랑삼아 예보를 살짝 맛을 봬 주기도 했다.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가증스러운 일이었다. 기왕지사 엉터리 예보, 평양, 압록강, 두만강 구석구석 온 누리 오랫동안 복되게 했으면, 폭풍한설 탈북자에게는 애로가 있었을지언정, 김씨 왕조로부터 좋은 소리라도 들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