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침윤지참은 물이 서서히 표 나지 않게 스며들 듯 어떤 상대를 중상모략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논어 안연편(顔淵遍)에 기록 되어있는 공자의 말이다.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어떤 것을 가리켜 밝다고 합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물이 스며들 듯 하는 참수와 피부로 직접 느끼는 호소가 행해지지 않으면 마음이 밝다고 말할 수 있다(沈潤之語 膚受之? 不行焉 可謂明也已矣 可謂明也已矣)”고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선입견이란 것이 있어서 설사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산같이 믿었던 사람도 오랜 기간과 세월을 두고 그 사람에 대한 좋지 못하고 나쁜 평을 여러번 계속하여 듣게 되면 차츰 먼저 있었던 친절한 선입감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의 친절감이 그 자리를 대신하여 차지하게 된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것이 바로 침유지감이란 것이다.
사악하고 간특한 간신들이 임금이나 황제께서 신임하는 착하고 정직한 사람들을 중상모략으로 해치는 방법에는 이 침윤지참이 가장 많이 행해지고 있다. 그것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한다면 마음이 밝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수지소(膚受之?)는 듣는 사람의 가슴과 피부를 송곳으로 찌르듯 정신과 이성을 잃게 만드는 그런 충격적인 호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어느 누군가가 그 이웃집 젊은 여자와 놀아났다고 하면,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의심을 한번 해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더욱 강도 높게 말하자면 그놈이 당신의 부인과 대낮에 어느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하면 미쳐 생각할 여유도 없이 시퍼런 칼을 들고 달려가는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부수지소란 것이다.
이와 같이 참여지참과 부수지소로 인해 착하고, 정직하고, 신의 있고 친절한 사람들이 얼마나 기막히고 억울한 모함을 당해 죽음을 면하지 못한 사항들이 조선조 오백년이 전해 주고 있다. 현명하다는 사람들도 그런 실수를 곧잘 범해 왔다. 하물며 범인들이야 백성과 더불어 즐기는 까닭에 능히 즐긴다(與民偕樂故樂也)
맹자께서 양혜왕을 못(저수지) 위에서 만나게 되었다. 왕은 못 위에 떠있는 기러기와 그리고 못가에 놀고 있는 사슴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물었다. “어진이도 이런 것을 즐기십니까” 맹자는 재빨리 말을 받았다. “어진 사람이라야 이를 즐길 수 있지 어질지 못한 사람은 비록 이것을 가져도 즐기지 못 합니다”라고 전제한 다음 문왕(文王)의 예를 들어 문왕이 영대(靈臺)와 영소(靈沼)를 즐길 수 있는 것을 백성들과 그 낙을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탕서(湯誓)의 한 구절을 인용한 다음 ‘백성들이 함께 망하기를 원한다면 비록 대(臺)와 못과 새와 짐승을 가지고 있는들 어떻게 혼자 즐길 수 있겠습니까’ 하고 결론을 내렸다.
물질의 빈곤보다 마음의 가난은 더욱 초라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극락처럼 즐거울 때도 있을 것이오, 때로는 지옥처럼 상막할 때도 있을 것이다. 부자가 되기보다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며, 성공을 원하기보다 봉사를 원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