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을 주는 단어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곳이기도 하며, 따뜻함과 안타까움에 잠기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개맨들은 이 책의 화자 영재에게 그런 고향이다.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소박하고 행복했던 일상, 가족 상실의 아픔과 그리움을 어린 영재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그림책 심리학자를 자처하며 어린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동화를 써왔던 저자는 시어머니 황영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토대로 작품을 썼다. 할머니 세대의 소박한 어린 시절과 한국전쟁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전쟁의 상흔을 전하고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인공 영재는 강화도의 아빠가 손수 지은 집에서 산다. 집에서 한 시간쯤 걸으면 나오는 조개맨들은 하얗게 조개껍데기로 덮인 들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영재에게 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곳으로 아빠와 함께 참외를 심기도 하고, 여름이면 보라색 붓꽃으로 가득 차는 길을 걷기도 한 곳이다. 시계를 잘 고치는 든든한 아빠는 언제나 영재를 사랑한다. 운동회 날 태어난 어린 동생과 물레를 늘 붕붕 돌리며 실을 뽑는 노 할머니, 명절날 아랫집에서 사탕과 껌을 왕창 사주는 할아버지도 모두 영재의 소중한 가족들이다. 

 입학식을 기다리며 인사 연습을 하던 영재의 평화로운 일상은 문 밖의 시끄러운 소리로 깨진다. 어느새 동네는 피난민으로 가득 찬다. 아빠는 일주일째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인민군에 의해 할아버지도 끌려가고, 할머니가 만든 명주실도 모조리 빼앗겼다. 가족들은 매일 아빠를 기다리지만 부시미산도, 조개껍데기도 그대로인데 아빠는 여전히 소식이 없다.
 
 어린아이의 일기 속 풍경처럼 천진난만한 그림으로 그려낸 소녀 영재의 일상은 아빠를 떠올리게 하는 행복한 기억이자 아픔과 그리움의 추억이다. 가족과 함께하던 조개맨들의 평화롭고 행복했던 모습과 전쟁 이후 부서져버린 일상을 대비해 보여주면서 평화의 소중함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전쟁의 아픔이 있는 6월, 함께 읽으며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6·25에 관한 이야기를 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