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를 보면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벌이는 여·야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제는 도가 지나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의 시각에는 누가 옳고 그런지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논쟁 자체가 식상해 진 것이다.

 지난 3일로 처리될 것으로 믿었던 한·미 FTA 비준안이 처리되질 않아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상정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국회 본회의가 취소됐지만 한미 FTA 비준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안 처리로 여야가 벼랑 끝 대치중인 가운데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한·미 FTA 저지 3차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법안 처리 반대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3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 산업은행 앞에서 '한미 FTA 저지 긴급국민행동 촛불문화제'가 열려 2000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도 참가했다고 하니 정말 나라꼴이 우습게 돼가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독소조항 등을 포함한 한미 FTA는 우리 서민을 더 힘들게 하는 졸속 협약"이라며 "한미 FTA 비준안 상정을 저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온 나라 안팎이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들썩이고 있다. 과연 이 모든 것들이 누구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모두 정치인의 잘못이라고 본다. 문제는 과연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지 조차 판단치 못하는 정치인들로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여야 절충안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미덥지가 않은 것이다. 핵심 쟁점까지는 아니나 야당의 요구사항을 거의 수용했다고 하니 여당으로선 한발 양보한 셈이다. 그 기에다 농어업, 축산업의 피해보전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책도 담았다고 한다. 문제는 유일한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다. 이 또한 FTA 발효 이후 3개월 이내 추가 협상이라는 대안을 도출했다. 야권에선 이 대안도 미흡하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비준 표결 논의를 밟기에 충분하다고 보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못했나 보다. ISD 추가협상을 성공시키라는 단서를 단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조항의 폐지를 요구했던 야권은 불만족스럽겠지만 표결 처리까지 거부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야권은 이미 협정에 포함한 ISD를 추가 협상으로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아마도 양국 추가 협상은 진통을 겪을 것 같다. 그런데 정부 주장대로 ISD가 독소조항이 아니라면 미국 정부도 협상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일 추가 협상이 실패하면 고스란히 정부와 여당 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사법주권까지 내준 원흉이 되지 않으려면 추가 협상을 성공시키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몸싸움과 함께 '벼랑 끝 합의'는 우리 국회의 정통적(?)관행이다. 엊그제 진행된 본회의 상정에서도 이렇다 할 사안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제는 비준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이 관행을 그만할 때도 됐다고 본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토론해도 될 일을 막판까지 가 합의점을 찾는 행태에 질릴 때로 질렸다. 절충안도 진작 열린 태도로 논의했으면 야권 전체가 수용할 안을 만들 수도 있었다. 여야 간의 입장만 두고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질릴 때로 질렸다. 더 두고 볼일 이지만 한미 FTA 비준은 재보선 이후 과연 국회가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첫 시험대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어린 시각으로 본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당은 무조건 안 된다고 버티다 막판에야 협상하는, 야당은 어느 정도 요구가 반영돼도 초기 입장을 웬만해선 수정하지 않는다는 관행을 이제는 깨야 한다. 서로가 주고받는 식이 아니라 무엇이 국익을 위한건지 곰곰이 되짚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