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고성포럼 대표 이동훈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Fixing Broken Windows: Restoring Order and Reducing Crime in Our Communities)’이라는 글에 처음으로 소개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과 같은 사소한 문제 하나라도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1969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실시한 다음과 같은 매우 흥미 있는 실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짐바르도 교수는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고르고, 거기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를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해 두었다. 다만 그 중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았다.
  약간의 차이만이 있었을 뿐인데,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1주일간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보닛을 열어 놓고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그 상태로 방치된 지 겨우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전부 없어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낙서나 투기, 파괴가 일어났고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던 것이다. 단지 유리창을 조금 파손시켜 놓은 것뿐인데도 그것이 없던 상태와 비교해서 약탈이 생기거나,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투기나 약탈, 파괴 활동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세계 유수의 범죄 도시 뉴욕 시의 치안 대책에도 사용되었다. 루돌프 줄리아나는 뉴욕시장에 당선되자마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깨진 유리창 이론을 근거로 중죄가 아닌 사소한 범법 행위도 끝까지 추적해 잡도록 했다. 그래서 지하철과 공공시설물에 낙서하는 행위, 지하철 무임승차, 무단횡단, 신호위반, 쓰레기 무단투기, 노상 방뇨, 고성방가 등 사소한 위법행위까지도 엄격하게 처벌했다. 뉴욕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집중 단속해 봤더니 붙잡힌 사람은 7명에 1명꼴로 수배자였고 20명 중 1명은 무기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한번 규칙 위반에 맛을 들인 사람은 계속해서 규칙을 어긴다는 것이다. 그 후 뉴욕에서는 사소한 교통질서라도 반드시 지키게 하면 범죄도 줄고 사회질서가 잡힌다는 철학을 가지고 지하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모두 지우기 시작했다. 경찰은 지하철 범죄로 인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워도, 지워도 다시 낙서를 하는 바람에 이 낙서가 모두 지워지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지하철의 모든 낙서를 지웠고, 낙서를 지우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줄어들던 범죄율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길거리 낙서를 지우고 보행자의 신호위반이나 빈 캔 등을 아무 데나 버리는 등의 경범죄를 단속하자 범죄 발생 건수가 75%나 급감, '범죄의 도시'라는 오명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로스앤젤레스에도 이 이론이 적용돼 범죄율을 떨어뜨렸다.
  또한 세계 톱 사건인 도요타사의 대대적인 리콜 사태도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 1937년에 회사를 설립한 이래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 부동의 1위의 위용을 잘랑하던 도요타, 그 생산력만큼이나 인정받던 것 중 하나가 일본 특유의 완벽한 품질보장이었다. 그런 도요타가 가속페달에 관한 문제로 여러 개의 모델이 판매중단과 대규모 리콜이 되어 세계 최고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 문을 닫을 정도의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이 가속페달에 대한 이야기는 도요타사가 가장 큰 수익을 올렸던(한화로 10조원) 2007년에 이미 문제 제기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도요타 측은 리콜의 대상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또 2009년 8월 28일 미국 샌디에고 인근 125번 도로에서 가속페달로 인한 일가족 사망사건이 크게 대두 되었을 때에도 도요타사는 자체결함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도요타사가 처음 문제 제기 시 철저한 품질보장 서비스 정신을 가졌다면 나중의 엄청난 기업 손실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어떤 건물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 채로 방치돼 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그 건물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장의 유리창이 깨졌지만 이어서 다른 유리창이 모두 깨지게 되고 건물의 안팎은 낙서와 오물 투성이로 변하고 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나아가 건물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주변 지역까지 모두 걷잡을 수 없는 무질서와 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처음 한 장의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