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오늘 아침 6시 30분 가족(家族)을 위한 집사람의 간절(懇切)한 소망(所望)과 정성(精誠)이 담긴 밥을 먹기 위하여 주방으로 갔습니다. 우리 집 식사는 셀프입니다.
 주방에 가서 보니 가스레인지 위 3개의 냄비에 무엇인가가 소리를 내면서 끓고 있었습니다. 보통 냄비가 2개인데 오늘은 3개였습니다.
 검사를 하여보니 좋아하는 고등어가 묵은지 안에서 맛있게 익고 있었고, 또 하나의 냄비에는 숙취에 좋다는 콩나물국이 “나 먹으면 간에 좋다”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의 냄비를 열어보니 그 주제(主題)를 파악할 수 없는 정체불명(正體不明)의 음식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익고 있었습니다.
 주제를 파악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본 순간 저는 이렇게 판단하였습니다.
 ‘아하! 옳거니! 근래에 체력이 떨어져서 피곤하다고 하니까 집사람이 특별보양식(特別補陽食)을 준비하였구나!’ 고마운 마음에 밥과 주제 파악이 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남김없이 그릇에 담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첫 숟갈 주제를 파악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는 순간 여태껏 먹어 본 적이 없는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맛과 향기(香氣)가 입안을 맴돌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라고 하는 말을 되새기며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먹으면서 미각(味覺)을 총동원(總動員)하여 정체가 불분명한 음식의 주제를 탐색(探索)한 결과 이 주제가 불분명한 이 음식은 ‘부대찌개’의 한 종류라는 나름대로의 결론(結論)을 도달하였습니다. 속으로 그것 참! 집에서 ‘부대찌개’를 먹어보기도 처음이네! 하면서 주제를 파악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음식의 내용물(內容物)을 살펴보니 명태 볼 옆에 붙어있는 딱딱한 뼈도 있으며 멸치대가리 고등어꼬리로 추정되는 부분 콩나물대가리 먹다 남은 물만두조각, 김치, 소시지조각과 무엇이라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물질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집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최선(最善)을 다하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잠시 후 정체불명의 음식의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맛과 향기(香氣)가 입안에서 가시기도 전에 집사람이 혹시 당신 개밥을 본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순간! 아차! 주제파악이 어려웠던 정체불명의 음식이 개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되돌릴 수도 없었습니다.
 3일전 집에서 키우는 ‘진이’(개의 기증자인 남진이 형님의 이름을 따서 지었음)가 분만을 하였기 때문에 집사람이 ‘진이’에게 줄 특별보양식을 만들고 있었든 것이었습니다.
 제가 특별보양식 또는 부대찌개라고 생각하며 먹었던 주제를 파악할 수 없었던 정체불명의 음식은 개밥이었습니다.
 허허! 우째 이런일이? 그렇지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모르고 먹어서 그런지 맛이 먹을만 하던데’

 저에게는 이와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습니다
 30년전 군 생활에서 일어났던 실화입니다.
 1980년 가을, 부대에서 2박 3일로 100km 행군을 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 행군은 막바지에 이르러 다리도 아프고 발은 부르트고 무엇보다도 수통에 물은 떨어지고 목이 말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오아시스’를 발견 하였습니다. 산자락의 논 옆에 직경 1m정도의 웅덩이를 발견하고는 배낭과 총을 어깨에 맨 상태로 웅덩이로 달려들었습니다. 엎드려서 마시는 그 물맛은 여태 먹어본 어떠한 물맛도 따라올 수가 없는 물맛이었습니다.
 극심한 갈증이 풀리니 여유가 생겼고 일어나면서 웅덩이를 내부를 보게 되었습니다. 웅덩이 안에는 커다란 쥐의 사체가 있었으며 가을 햋볕을 받아  웅덩이의 물은 보석처름 빛을 반짝이고 있었으며 그 주위에는 구더기가 열심히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너무 목이 말라 있었기 때문인지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물을 마시던 순간과 물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하여봅니다.
 천 몇백년 전 젊은시절 수행을 위하여 중국으로 가시던 원효대사께서 동굴속에서 하루밤을 지내시다가 목이 말라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맛있게 마신후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보니 바가지가 아니고 해골속에 담긴물을 마셨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사께서는 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사께서 생각하시기를 ‘꼭 같은 물인데 어제 밤에 물을 마실 때에는 그렇게도 맛있었던 물을 오늘은 내가 왜 이렇게 토하게 되었을까?’
 이 때 대사께서 문득 깨우치신 바가 있어 무릎을 치시면서 눈에 보이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은 모두가 자신의 마음에 있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고 하는 것을 아시고는 중국으로 가시지 않고 돌아오셔서 포교(布敎)와 저술(著述)에 온 힘을 쏟으시니 천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한국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만물이 내 마음속에 있으니 내 마음을 바로알고 내 마음을 바로세우고 내 마음을 바로 쓰니 그것이 부처님의 마음이요, 누구라도 부처님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일체유심조의 핵심사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