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고성포럼 대표 이동훈

‘죽은 시인의 사회’는 낸시 H 클라인바움의 소설이며 이 소설을 톰 슐만이 영화로 만든 것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작품상, 작곡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내용을 보면, 빽파이프 연주를 앞세우고 교기를 든 학생들이 강당에 들어서면서 웅장하면서도 엄숙하고 절도 있는 명문 웰튼 고등학교의 입학식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웰튼 고등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 웰튼 고등학교는 일류대 진학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엄격한 학교이다. 이 학교는 아이비리그에 대부분의 학생들을 보내는 명문학교로서 사회적으로 부와 명성을 가진 자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철저하게 주입식 교육을 행하는 학교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미래가 보장된 수재이며 가정환경도 상당히 안정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넘치는 아이들이다. 학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엄격한 교칙을 따라야 한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라는 교훈은 이 학교의 이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 흥미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바라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에 열중한다. 학습량은 많고, 수업마다 부과되는 과제는 엄청나다. 학생에 대한 평가는 철저히 시험성적에 근거한다.
  웰튼 고등학교에 입학한 토드는 다른 신입생들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새로 부임한 영어선생 키팅은 이런 학교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수업방식을 택한다. 수업 첫날 키팅은 휘트먼의 시 한 대목을 암송하며, 선생님이라 불러도 좋지만 이 시에 나오는 것처럼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 불러도 된다고 말한다. 선생님이라는 말에 담긴 권위적인 요소를 없애고 학생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휘파람을 불며 교실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키팅은 학생들을 데리고 복도로 나간다. 그리고 ‘현재를 즐겨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키팅의 모든 수업은 지나치게 독특하다. 그는 중요도와 완성도를 기준으로 시를 분류ㆍ평가하는 교과서 내용은 쓸데없다고 한다. 시는 점수를 매겨 서열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라며 키팅은 특정 기준으로 시의 가치를 평가한 교과서를 찢어버리게 한다. 매우 과격한 표현이지만, 교과서를 찢는 부분은 키팅의 교육관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는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였다. 주어진 내용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자기 자신의 견해를 만드는 것이 학습 과정이며, 이때 학습자는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용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만약 이런 과정을 포기하게 되면 결국 마음과 영혼이 다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키팅은 주입식 교육이 사고의 경직성으로 이어지고, 교과 성적이 수단화됨으로써 앎이 도구가 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맹목적인 공부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는 창조적인 삶을 위한 공부를 요구하고 능동적으로, 독립적으로 개성이 강한 인간이 되라고 가르친다. “카르페 디엠” - “오늘을 즐겨라” - 라는 말을 던지면서 말이다. 이러한 수업에 몇몇 학생들은 반감을 사지만 항상 성공만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리는 몇몇의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선생님의 수업을 들음으로써 변화하게 된다. 자신의 내면에 있던 진정한 자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키팅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려고 할 때,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던 토드를 시작으로 많은 학생들이 키팅 선생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현으로 책상 위에 올라서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이 영화는 1989년도에 개봉한 영화지만 그 내용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비슷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를 위한 획일화된 공부만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명문대학으로의 진학이 고등학교 최종목표이며 학교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명문 학교의 전통과 권위에 짓눌려있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펼치며, 새롭고 즐겁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지도하고, 각자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것들의 가치를 일깨우려고 노력한 이 영화 속의 키팅 선생님 또한, 아직도 참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 사회의 어느 선생님의 모습이다.
  이 영화의 대사 중, 키팅 선생이 제자들에게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이 날을 붙잡아라(seize the day)’, ‘오늘을 즐겨라(enjoy the present)’라는 뜻으로 이 말은 헐리우드에 있는 ‘맨즈 차이니스(Mann's Chinese)’ 극장의 로빈 윌리엄스 석상에도 나와 있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특별한 삶을 살아라!”,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 속에 왔다.”,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고 싶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라.”, “어떤 것을 안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