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고성문화원 이사

카드놀이 종류의 하나인, 꽃들의 싸움 이라는 뜻을 가진 ‘화투(花鬪)’가 있습니다. 일명 ‘동양화 놀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화투에는 1년 12월을 상징하는 열두 가지 그림 이 각각 4장식 모두 48장이 그려져 있습니다. 1월 소나무, 2월 매조(梅鳥), 3월 벚꽃, 4월 등나무, 5월 난초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비광’ 속에는 사람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사람은 실존 인물로 그에 대한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비광’ 속에  늘어진 수양버들 나무 아래 중절모자를 쓰고 우산을 받쳐 들고 있는 사람은 ‘소야도풍 오노도후’라고 합니다. 그는 10세기 초에 살았던 일본의 유명한 문장가이자 서예가입니다. 그리고 그이 발 옆에는 소야도풍과 관련된 한 마리 개구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젊은 시절 소야도풍은 학문에 뜻을 두고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별다른 진전이 없자 낙담했습니다.
‘아!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꼭 공부해야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많이 공부하지 않는 사람도 부자가 돼 떵떵거리며 잘 사는 데 꼭 공부에 집착할 필요가 있는가!’ 라며 공부를 그만 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착잡한 심정을 달래기 위하여 우산을 받쳐 들고 비가 내리는 뜰을 이리저리 배회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개구리 한 마리가 연못가에 드리워진 수양버들 나뭇가지 잎에 붙어 뭍으로 기어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개구리는 펄쩍 뛰어 나뭇가지에 붙으려고 했지만 나뭇가지가 휘청하며 내려앉는 바람에 그만 물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그 개구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떨어지기를 수십 번하였습니다. 마침내 나뭇잎에 붙어 뭍으로 올라오는데 성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소야도풍은 ‘개구리 같은 미물도 한번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도전해 성취하고야 마는데, 사람인 내가 힘들다 하여 중도에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끈기 없음을 크게 반성하였습니다. 소야도풍은 심기일전(心機一轉) 해 책을 다시 잡았습니다. 공부가 힘들고 어려울 때 마다 그 개구리를 떠올리며 부단히 정진해 마침내 일본 제일의 문장가, 최고의 명필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겨우 한두 번 실패로 자신의 인생이 끝난 것처럼 탄식하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였듯이 여러 가지 여건으로 어렵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소야도풍의 개구리를 생각해 봅시다.
 얼어붙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도 지나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뛰어 나온다는 경칩(驚蟄)이 지니자 연못가에 개구리 울을 소리가 진동을 합니다. 힘찬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새봄을 맞이해 봅시다. 화투 ‘비광 속의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