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꽃은 향기가 있다. 물론 없는 꽃도 있지만 향기가 짙은 꽃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사람은 어머니로부터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 죽음과 더불어 살아온 것이 인간의 역사이다. 인간은 죽음과 더불어 살아왔고 빈부귀천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죽는다. 산처럼 우뚝하고 물처럼 깊은 사람이 향기 있는 사람이다.
옛날 제갈공명선생 같은 삶의 희망은 사람마다 다 지니고 있다. 서기181년 윤9월 1일에 탄생하여 서기234년 8월 12일 54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선생은 일인지하요, 만인지상의 정승의 자리에 있으면서 사유재산은 뽕나무 100주, 논 다섯 마지기 <천평>뿐이다.
청렴하고 정직함은 촉한(蜀漢) 관료들의 부정을 척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병력을 통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장병들을 배치하는데는 신산귀묘(神算鬼謀)하고 적을 대항 할 때는 표리불측(表裏불不測) 하였으며 사람을 대할 때는 평범한 인간이다.
자식 같은 마속(馬謖)을 처형한 것은 규율을 정립하는 단면의 법칙이었으며 황제 유현덕이 임종 시 ‘나의 아들 유선이 어둡고 어리석어 촉한나라의 제왕 될 자격이 없으니 경(卿)이 제위(帝位)를 계승하고 촉한나라를 다스리기를 바라오’하는 유언을 남겼음에도 선생은 끝내 사양하고 추호의 야심도 품지 않았다.
18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제갈량선생은 향기 있는 남자라고 세상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향기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발하는 인격체의 형성과 남들이 소유하지 않은 다양한 식견이 있고 윤리적으로 어긋남이 없는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여야 하며, 폭넓은 아량으로 전대로부터 이어받은 공동체 발전과 영원한 봉사정신을 갖추어야 향기 풍기는 남자가 될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그 불꽃같은 욕망을 늦추지 않고 있으니 그 아름답고 빛나는 남자를 어느 천하에서 찾아 볼 수 있을지...
이어서 향기 있는 남자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1456년<세조2년> 어린 임금 단종의 복위를 위하여 성삼문(成三問), 창영인 박팽년(朴彭年), 순천인 이개(李塏), 한산인 하위지(河緯地), 진주인 유응부(兪應孚), 기계인 류성원(柳誠源) 문화인 등은 문과에 급제하고 중시(重試)에 합격하여 화려한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의(正義)를 주장하다가 거렬(車列)형아란 전무후무한 사지를 찢겨져 죽었다. 여기에 시(詩) 두 편만 소개할까 합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금강산> 제일봉에 낙낙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滿乾坤) 할제 독야청청(獨也靑靑) 하리라
- 성삼문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任)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줄이 이시랴
- 박팽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