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 논설위원

 
군청 입구에 “우리의 주인은 군민이다”는 석문이 있다. 즉 군민의 공공청사 방문은 선후배나 친인척 집보다 편안하게 주인 된 입장에서 환대받을 수 있고, 격려·감시·감독 신상필벌 차원의 순시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군민은 잠시 고용한 공직자(공복)들에게 당연한 주인으로서 행정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군수나 의장이라도 기껏 잠시 왔다가는 손님에 불과하다. 만일 그 석문에 ‘관존민비’라고 써 놓았으면 필자는 절대로 군청에 가지 않을 것이다. 진정 행복한 군민은 주인의식을 가져야한다.
그러면 주인과 손님 또는 머슴과의 사이는 어떤 관계인가. 요즘은 집으로 초대하는 사람들이 드물지만 그래도 가끔 친구나 선후배 또는 친인척 집에 놀러 간다. 부잣집에도 가고 그렇지 못한 집에 가기도 한다. 그렇지 못한 집에 가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화장실이나 방도 춥다. 반면 부잣집에 가면 거실도 넓고 무슨 오디오세트도 거창하며 냉난방 시설도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친하고 멋진 집에 갔다 와도 집에 돌아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우리 집이 최고라고 말한다. 왜일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손님은 아무리 편하게 지내려 해도 주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장실이 아무리 호화롭고 편리해도 혹시 뭔가 잘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값비싼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집에서 된장찌개 먹는 것만 못하다. 맛은 있을지 몰라도 소화가 잘 안되기 십상이다. 손님으로 머무는 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인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하지만 내 집에서는 내가 주인이므로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화장실이 불편해도 마음은 편하다. 이것이 주인이 누리는 편안함이다.
하지만 자신의 집에서 아무리 편안함을 누린다하여도 이 세상을 홀로 살지 않는 한, 집에 손님이 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주인은 남과 교류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이다. 남과 교류하면서 지내야 한다면 서로 지켜야할 예의(도덕·윤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교류관계에서 서로의 입장이 계속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에는 내가 주인이지만 다음에는 손님이 되므로 서로를 위해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예절이다. 예절이 있다면 주인도 자기 집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손님도 물론 마찬가지다. 주인은 손님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의 불편이나 불쾌함을 억누르고 손님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애쓴다. 손님 또한 주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자신의 욕구를 자제해야 한다. 이런 관계라면 주인이나 손님 모두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서로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에게 깍듯이 대한다.
그렇다고 주인과 손님의 구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손님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다고 해보자. 주인은 점잖게 자제를 요청할 것이다. 손님이 이에 응한다면 별일이 없겠지만 계속 행패를 부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때 다른 손님은 행패를 부리는 사람에게 집을 나가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 그런 말을 할 권리는 주인에게만 있다. 하지만 나가달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버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인이라면 이때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손님을 집밖으로 쫓아낼 수 있어야 한다. 
군청이나 의회의 주인은 군민이다. 공직자는 군민이 잠시 고용한 머슴이다. 선출직 역시 기껏 해봐야 손님일 뿐이다. 주인은 손님의 잘못이 있으면 쫓아낼 수 있고, 고용인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 하긴 어느 유식한 출마자는 자칭 상임이사라고 말한 후보도 있긴 있었다.
좌우간 주인은 최선을 다해 기다려보았지만 머슴이나 손님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힘이 없었어야 어디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