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규모 있는 사찰에서는 범종루가 있습니다. 그 곳에는 불전 사물이라 해서 범종, 법고, 운판, 목어가 있습니다. 목어는 나무로 몸통이 긴 물고기 형태로 만들고, 배 부분을 깊게 파낸 양쪽 벽을 두 개의나무 막대기로 번갈아 두들김으로써 뒤퉁 불거지고 투박한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와 같이 수마(잠)의 유혹을 떨쳐 버리고 수도에 전염하라는... 그러므로 눈을 떠라, 눈을 떠라, 그리고 깨달아라, 깨달아라, 너 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을 깨우치는, 제도에 힘쓰라고 두드리는 법구입니다. 그 소리는 스스로 맑게 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깊은 울림입니다.

■ 커다란 나무를 등에 진 물고기 이야기
학덕이 높은 스님 한 분이 제자 몇몇을 가르치며 살고 있었습니다. 가르침에 따라 제자들이 공부도 깊이를 더해가 늙은 스승을 기쁘게 했습니다. 그런데 스승의 뜻과 달리 제멋대로 행동하여 가르침을 어기는 일을 식은 죽 먹기로 저지를 뿐만 아니라 계율을 무시하고 된 짓만 골라 해대는 한 제자가 있어 스승의 기쁨을 깎아 내렸습니다. 하지만, 불심이 사람을 가리고, 머무는 곳을 따지는 것은 분명 아님을 스승 또한 익히 알고 있는 바, 자신의 부덕을 나무랄 뿐이었습니다. 인연이란 모름지기 이런 것일 듯,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달리 손쓸 수도 없는 몹쓸 병에 걸린 나머지 그 제자는 그 만 죽고 말았습니다. 이후 제자는 커다란 나무가 등에 돋아난 물고기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돋아 난 나무 때문에 제대로 헤엄을 치지도 못하고 풍랑이 일 때 마다 흔들리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 계속 되었습니다. 참회를 거듭하여도 이미 늦은 것이었습니다. 그저 죽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이 어디 뜻대로 되는 일이겠는가. 어느 날 이었습니다. 스승에게 강을 건너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산을 내려와 강을 건너는 중이었습니다. 커다란 나무를 등에 진 물고기가 다가오더니 뱃전에 머리를 들이대며 슬피 우는 것이었습니다. 스승은 깊은 선정에 들었습니다. 어허, 바로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가 죽은 제자였음에야. 살아 있을 때는 더러 괘심한 생각도 들게 했던 제자였지만 어쩌랴, 저 불쌍한 것을... 하여, 건너편 기슭에 도착하자 스승은 물고기의 몸을 벗어나도록 법회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날 밤, 스승의 꿈에 물고기의 몸을 벗고 옛 모습을 되찾은 제자가 나타났습니다. “스승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윤회로 거듭나 다음 생에서는 참된 발심으로 용맹정진 하겠습니다. 하오나 청이 하나 있습니다. 스승님, 바라옵건대 제 등에 난 나무를 베어 저와 같은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서 나무막대기로 치시기 바랍니다. 또한 수행자들에게 제 이야기를 전해 좋은 교훈을 삼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강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에게도 나무막대기로 치는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해탈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삼아주시면 더더욱 고맙겠습니다. 부디 성불하시길 바랍니다.”하여, 제자의 부탁에 따라 스승은 물고기 모양의 목어를 만들었습니다. 수행자는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도 널리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인과와 자비의 법문으로 오래도록 남기게 되었습니다.
스님들은 지니게 쉽게 목어의 형태를 작고 둥글 만들어 예불 때 마다 치는데 목탁(木鐸)이라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나무막대기 하나씩 등에 꽂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 상대방의 나무막대기를 뽑아주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것을 비틀고 자극하여 고통을 가중시키는 사람들이 한데 섞여 사는 세상 안에서 과연 나는 어느 쪽인가. 한낱 탐욕과 집착, 어리석음 덩어리에 지니지 않는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