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전 고성JC특우회 회장

 더워도 너무 덥다. 태풍으로 인명, 재산피해가 심각할 때도 잦지만, 태풍의 선순환 역할을 볼 때, 일 년에 한두 번 이 땅에 상륙하는 게 좋을 법도 한데 올해는 영 기척이 없다. 비껴가거나 문지방에서 소멸하는 태풍을 보고 야속한 마음조차 드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다.
 용산, 안정으로 가다 보면 오른편에 더운 여름 벌거벗은 산이 사막의 성처럼 솟아있다. 저 산도, 비바람도 외면하는 고성. 그래서 더욱 덥다.
 고성에 많은 석산허가 신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 난개발, 주민민원 등으로 못 나고 있는 처지다.
 고성레미콘 석산허가 만료기점으로 읍내에서 훤히 뵈는 저 위치에 석산허가는 당연히 나지 않았을 테고···. 물류단지조성 허가라면 공사완공 기간이 있어 대개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 마땅한데 도무지 헐벗은 모습이 줄어들지 않는 의아함으로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저토록 경사도가 극심한 산중에 어떻게 물류단지를 조성한다는 말인가. 어떤 힘으로 저런 해괴망측한 난개발 허가를 내줬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반대로, 얼마 전 농가주택 한 채 지을 요량으로 개발행위 허가 신청을 한 적 있다. 일 년 넘게 협상하고 싸워 급기야 담당자 교체 후 어렵게 허가를 득했다. 연접한 농로 문제, 면사무소 앞마당 고도와 해당 주택 고도 문제, 경사도 문제, 임목표본 수 대비문제, 잔여 농지 복원 문제, 지하수와 농업용수 상관관계 등 듣보잡 개발 저해요소가 수없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고성에 집짓기 어렵다.
 무분별한 허가는 곧 난개발로 이어져 국토가 헐벗고 찢어져 장기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에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귀농, 귀어촌 장려로 인구증산에 누구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공무원으로서 전원주택 대비 무엇이 난개발인지 구별할 줄 몰라서야 쓰겠는가.
 귀농, 귀촌하는 이가 읍사무소나 면사무소 담부랑에 연접해서 집 지어 내려올 바보 천치가 어디 있나. 보통은 저렴한 지가에 한적하며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을 택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그러다 보면 농로나 임로를 연결해 집을 지을 수밖에 없고 그것을 풀어 주는 게 공무원의 역할 아닌가.
 소소함에 사로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세월 보내는 것도 복지부동인바,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키고 조례상 미비나 불비 점이 있으면 의원보다 더 전문가인 공무원 스스로 조례안을 연구, 제안하고 의회에 상정, 토론하여 바꿔 나갈 때 고성은 동력을 얻을 것이라 확신한다.
 “모든 난개발 허가는 비리. 녹색개발 불허가는 복지부동” 등식이 성립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일선 공무원으로서 “나는 죄가 없다”라고 하는 유체이탈 마인드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군민을 일깨우고 끌어가는 동력이 공무원임을 스스로 자각 하고 선한 고성발전을 유도한다면, 지금은 더워도 조만간 선선한 바람이 고성 산야 여기저기 불어오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