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오자서(伍子胥)의 전기에 나오는 말이다.
간신의 농간으로 충신을 역적으로 몰아 오자서의 아버지와 형을 죽인 초나라 평왕<기원전529-516년>이 죽은 뒤 오자서에 의해 그의 무덤이 파여지고 그의 시체가 채찍을 받게 되었다.
굴묘편시(掘墓鞭屍)란 통쾌한 복수의 뜻으로도 쓰이지만 좀 지나친 행동의 경우를 말할 때도 쓰인다. 신하로서 임금의 무덤을 파서 그 시체에 매를 가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오자서는 이름을 운(篔) 이라했다. 오자서의 아버지 오서(俉署)는 초평왕의 태자 건(建)의 태부(太傅)로 충신이였는데 같은 태자 건(建)의 소부(小傅)였던 비무기(費無忌)의 음모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오서를 죽이는데 성공한 비무기는 다시 평왕을 시켜 오자서의 아들 오상(伍尙)과 자서를 죽일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오상만이 아버지를 따라 죽고 자서는 그 음모를 재빨리 알아차린 다음 망명길을 떠나게 된다. 왕은 오자서를 잡기 위해 전국에 영을 내려 길목을 지키게 하고 거리마다 오자서의 화상을 그려 붙인 다음 어마 어마한 현상금과 무시무시한 형벌로 아무도 오자서를 숨겨 주지 못하게 했다.
오자서는 카키가 열자에 허리가 두 아름이나 되었고 쟁반만한 얼굴에 두 눈은 샛별처럼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변장으로 사람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낮에는 산속에 숨고 밤에만 좁은 길을 찾아 도망을 해야 했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오나라로 망명한 오자서는 마침내 뜻을 이루어 오나라의 강한 군사를 거느리고 초나라를 쳐들어가게 되었다. 초나라는 여지없이 패해 수도가 오나라 군사 손에 떨어지고 평왕은 이미 죽고 그의 아들 소왕(昭王)이 태후와 왕비마저 버린 채 간신히 난을 피해 도망을 치게 된다.
소왕을 놓쳐버린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찾았다. 그러나 평왕은 오자서의 복수가 두려워 그의 무덤을 깊은 못 속에 만들고 일을 다 끝낸 다음 일을 하던 석공 오백 명을 모조리 물속에 빠져 죽게 만들었다. 수 십리에 걸친 못에는 물만 출렁거릴 뿐 어느 곳에 묻혀 있는지 짐작할 길이 없었다. 오자서는 죽은 아버지와 형 그리고 자신이 망명해 집을 떠나 겪은 고초 등을 회상하며 땅이 꺼질 것만 같은 한숨을 내쉬며 못 둑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애쓰며 전전긍긍하던 어느 날 저녁 무렵 백발이 성성한 늙은이가 오자서의 앞으로 다가오며 이렇게 물었다. “장군은 선왕의 충신 오대부의 아들 자서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노인은 누구시오?” 노인은 묻는 말에 대답을 않고 “장군은 지금 죽은 평왕의 시체가 묻힌 곳을 찾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반가워서 다그쳐 묻는 자서의 말에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시체가 묻힌 곳은 내가 알고 있습니다. 나는 무덤을 만들기 위해 징발되어 온 오백명 석공 중의 한사람입니다. 오백명이 모두 물속에 죽고 나만 이렇게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장군의 복수도 복수지만 나도 장군의 힘을 빌어 억울하게 죽은 내 동지들의 원수를 갚으려는 겁니다.” 이리하여 이튿날 그 노인의 지시에 따라 농짝 같은 돌로 만들어진 물속의 무덤을 하나하나 뜯어내기 시작했다. 못 속 바닥 몇 길 밑에 들어 있는 돌무덤을 열고 엄청나게 무거운 석곽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 속에는 평왕의 시체를 볼 수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눈을 속이기 위한 가짜 널이었다. 다시 한길을 파 내려가니 진짜 널이 나왔다. 수은으로 채워진 널 속에 들어있는 평왕의 시체는 살아 있을 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순간 오자서의 복수심은 화약처럼 폭발했다. 왼쪽 손으로 평왕의 목을 누르고 무릎으로 그의 배를 누른 다음 다른 쪽 손가락으로 그의 눈을 잡아 뽑으며 “충신과 간신을 구별 못하는 네 놈의 눈을 뽑아 버리겠다” 하고 욕설을 퍼 부었다.
그리고는 철장으로 시체를 옆에 놓고 곤장 三백 대를 쳤다. 뼈와 살이 흙과 함께 떡이 되었다. 사기 오자서열전에도 기록되기로 초평왕의 무덤을 파고 그의 시체를 꺼내  三백 대를 내리친 뒤에야 그만두었다(乃拙楚平王 差出其尸 鞭之三百 然後已) 라고 했다.
오자서의 둘도 없는 친구였던 신포서(申包胥)는 이 소식을 듣자 사람을 보내 오자서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런 복수 법은 너무 지나치지 않을까’ 그 말에 오자서도 할말이 없었던지 이렇게 전해 보냈다.
‘나는 날이 저물고 길이 멀어서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걸으며 거꾸로 일을 했다(吾日暮塗遠
吾故倒行而逆施之)
여기서 도행역시(倒行逆施)란 말이 생겼다. 이치에 벗어난 것을 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