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  서애 류성룡 공의 체취가 서린 안동 하회(河回)마을을 탐방하다.

S형, 편지가 너무 장황하게 길어서 좀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먼 훗날에 오늘에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을 것을 반추하고 추억하고자 좀 자세히 기록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12시 30분경에 하회 마을 초입에 있는 주차장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이곳은 내육지역이라 싱싱한 생선요리는 볼 수 없고 매운 맛이 강한 닭고기 볶음이 주 반찬이고 이름난 안동 간고등어 구이도 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안동 간고등어와 함께 안동의 특산물로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오직 쌀과 물과 누룩만으로 빚었다는 향기롭고도 주도 높은 안동소주를 반주로 한 두 잔씩 주고받으며 마셔봅니다. 신기하게도 허기와 피곤은 사라지고 생기가 넘쳐 정말 좋습니다. 안동소주 하면 조옥화 명인이 생각납니다. 신라시대 이후 안동지방 명가에서 전수되어 오던 안동소주는 식품명인 제20호인 조옥화 여사가 전통적인 안동소주 양조비법으로 제조, 전승, 보존하여 1987년 5월 13일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습니다.
점심(點心)을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 속에서 마치고, 정명희 안동시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로 서틀버스인 동춘버스를 타고 하회 마을 탐방에 나섭니다. 동춘 버스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동춘서커스단’이 연상됩니다. 그래서 운전기사에게 ‛기사님,  동춘버스와 동춘서커스와는 관련이 있는지요?” 그러자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라고 합니다. 동춘서커스단은 제3회 공룡세계액스포 개최 때 당항포관광단지에서 70여 일간 공연하기도 하였습니다. 동춘서커스가 생각나는 동춘버스가 하회마을 입구주차장에 도착 합니다.
안내를 맡은 30대 초반의 우아하고 생기가 넘치는 여성인 정명희 해설사는 열정적으로 자세하게 하회마을 이모저모를 안내합니다. 그녀는 30대 초반의 우아하고 생기가 넘치는 생기발랄한 여성입니다. “이곳은 안동 하회마을입니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이순신 장군을 추천한 영의정 서애 류성룡 공과 그 형인 겸암 류운용 공이 바로 이 마을 출신입니다. 그래서 더욱 유명합니다.
이곳을 풍산이라고 합니다. 이름 그대로 들판도 기름지고 넓고, 물도 좋고 산도 좋고, 물산도 풍부하여 인정도 좋습니다.” 라고 설명하며 마을 유래를 첨언합니다.
“강원도 태백 황지(黃地)에서 시작한 사형(蛇形)인 낙동강은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 안동 풍산들에 도착하여 마을을 감아 돌아 흘러갑니다. 그래서 이 마을을 ‘물돌이 동네라고 하여 하회(河回)’ 라고 불렀습니다. 큰물이 감도는 마을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하회마을의 지형을 연꽃이 물 위에 떠있는 것 같다 해서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이라 하기도 하며 또는 배가 물건을 가득 싣고 막 출발하는 것 같다 해서 '행주형(行舟形)’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우물을 파지 못하게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행주형이라 우물을 파면 배에 구멍을 만드는 격이기에, 그렇게 되면 배에 물이 차올라 배가 침몰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풍산 류씨 집성촌으로 600여년간 대대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마을로 여전히 전통 한옥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가 칠순을 맞아 찾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이 땅에 처음 터를 잡은 사람들은 '허씨'들이었습니다. 그 후에 '안씨'들이 잠시 들어와 살았지만 지금 유명한 성씨는 이곳 풍산을 본관(本貫)으로 하는 '풍산 류씨(豊山 柳氏)입니다.
원래 풍산 류씨라고 부르지만 이곳 출신들이 한양에 올라가 높은 벼슬에 오른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그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래서인지 풍산 류씨라고 부르기보다는 '하회 류씨'라고 부릅니다.”하면서 양진당과 충효당으로 안내 합니다.
하회마을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지금도 사람이 살면서 보존되고 있는 한옥입니다. 대표적인 고택으로 서애 류성룡의 집인 '충효당(忠孝堂)'과 겸암 류운룡의 집 '양진당(養眞堂)입니다. 충효당은 서애 류성룡 공께서 살던 집입니다. 정유재왜란 때 노량해전에서 공께서 천거한 이순신 장군께서 왜적의 유탄에 맞아 전사하던 날에 영의정에서 물러나 이곳에 낙향하여 살던 집입니다. 충과 효를 강조하신 서애 류성룡 공의 인품의 향기기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는 탁월한 학식과 고매한 품성의 소유자였습니다. 이곳에 낙향을 한 뒤에도 여러 차례 왕의 부름이 이었지만 사양하고 이곳 초야에서 후학을 길렀습니다. 그리고 임진왜란 같은 참혹한 전쟁이 두 번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징비록(懲毖錄)’을 저술하였습니다. 공께서 자신이 보고 느낀 7년간의 참혹한 임진왜란의 실상을 통찰하여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징비(懲毖)’란 『시경』 소비편(小毖篇)의 ‘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라는 구절에서 딴 말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이 담긴 징비록은 국보 제13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설명을 들으며 충효당을 관람하게 되어 감회가 깊습니다.
 충효당은 원래 초라하기 짝이 없는 초가누옥(草家陋屋)이었습니다.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는 영의정(지금의 국무총리)을 지내고 야인(野人)으로 낙향한 서애 류성룡 공께서 청빈하게 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자 공을 흠모하던 사람들이 사재를 모아 다시 지은 것이 지금의 충효당입니다. 
그 뒤 후손들이 모이고 집들이 들어차 현재 하회마을에는 고가옥이 450여 채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랜 된 건축물은 양진당입니다. 양진당은 1600년대 지어진 것으로, 보물 제30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곳 하회 마을에서는 유명한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비들의 풍류놀이였던 '선유줄불놀이'가 전승되고 있습니다. 또 하회마을은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우리나라의 전통생활문화와 고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S형, 이제 저는 이런 유서 깊은 안동 하회마을 관람을 약 3시간 동안 마치고 나옵니다. 장시간 동안 동행하며 해박한 지식으로 자상하게 설명을 하여 주신 정명희 문화관광해설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총연장 4킬로미터의 거리를 장시간 동안 걸은 탓에 발과 다리는 아프고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즐겁고 행복합니다. 이렇게 하여 고성문화원향토사연구소 회원 문화유적지 탐방은 그 대미를 장식합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이 담긴, 국보 제132호의 징비록의 저자 영의정 서애 류성룡 공의 향기가 서린, 병산서원과 하회마을 문화유적지 탐방은 길이길이 추억되리라 생각합니다.  S형의 안녕을 기원하며 이만 총총... 최영부 올립니다.

추신 : 오늘 이 뜻 깊은 문화유적지 탐방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 참가하신 모든 분들, 특히 9순의 연세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끝까지 탐방에 임하여 주신 최고령으로 노익장(老益壯)을 자랑하시는 제명수 어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