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작금의 우리 교육현실은 여전히 재능위주의 교육에 몰입되어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가르치며 학생의 인격 및 품성을 기르는 인성교육은 공허한 산울림으로 메아리 칠 뿐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오로지 상급학교 진학과 직업선택을 위한 문명병에 걸려 있으며 교사들은 학생들의 이기적이며 배려할 줄 모르는 무례한 태도에 몸서리치며 푸념과 한탄만 하고 있다.
행복교육이 자신의 재능발현과 올곧은 인생함양을 통한 자아실현의 과정이라고 볼 때 바람직한 인성함양을 위한 방안으로써 우리는 전통사회에서 인간교육(人間敎育)의 중요한 바탕으로 훌륭한 인격(人格)을 기르는데 기여하였던 소학(小學)을 새롭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학은 비록 전통사회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교학서(敎學書)이긴 하지만 거기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소중한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으며 인간다운 삶의 자세를 일깨워 주는 참된 가르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소학은 주자(朱子)와 그의 문인(門人) 유자징(劉子澄)이 예기(禮記), 논어(論語), 효경(孝經) 등의 경전을 바탕으로 해서 동몽(童蒙)들의 인격적 성숙에 도움이 되도록 편찬한 책으로써 전통사회에서 쇄소(灑掃,) 응대(應對), 진퇴(進退)의 예정을 비롯하여 애친(愛親), 경장(敬長), 융사(隆師), 친우(親友)의 도리에 이르기까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덕목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인륜(人倫)을 밝히는 가장 절실한 수신(修身)의 초학서(初學書)로서 중요한 교육적 기능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통사회와 시공간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어 전통사회에서와 같이 소학을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가르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즉,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와 또 부부불화로 인한 가정파탄으로 결손아동이 증가해 가정교육의 부재,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 대중매체의 상업위주 생활은 인간다운 품성(品性)의 함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대중문화의 충동적 감격적인 문화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실천을 위한 강한 인내심(忍耐心)과 의지력(意志力)을 요구하는 ‘소학’의 가치와 덕목을 체득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전통사회에서 행실교육(行實敎育)으로서 실천과 성찰을 통해 훌륭한 인격을 기르는데 기여했던 소학을 인성교육 측면에서 학교교육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도 할 수 있도록 시도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굳이 소학만이 아니더라도 소학류(小學類)의 전통적 동몽서(童蒙書), 명심보감(明心寶鑑), 동몽선습(童蒙先習), 사소절(士小節), 사자소학(四字小學), 해동속소학(海東續小學) 등을 교재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 현실이 전통사회서와 같이 아동기부터 소학을 철저하게 가르치기가 어려워진 만큼 스스로에 대한 자의식(自意識)이 싹트고 자발적인 실천의지가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인 중학교 과정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 여겨진다.
민심이 갈수록 나빠지고 세도가 갈수록 퇴폐해지는 것은 아이들을 올바로 가르치지 않는데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