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귀로 듣는 것을 주장하지 말고 눈으로 보는 것을 남에게 전하라는 말이 있다. 소문만 듣고 쫓아다니지 말고 눈으로 직접보고 나서 행동에 옮기고 남에게 이야기 하라는 뜻이다.
옛날 한나라 선제(宣帝)는 원년 기원전 74년에 강(羌)이라는 티벳트 계통의 유목민 민족인 오랑캐 나라에서 국경을 문제 삼아 반란을 일으킨다는 소문고 어사대부(御使大夫)의 벼슬자리에 있는 병길(丙吉)을 후장군(後將軍) 자리에 있는 조충국(趙忠國)에게 보내 북쪽의 티벳트 계통의 오랑캐를 막을 수 있는 장군으로 누가 적합한지 묻게 했다. 그러자 조충국은 ‘내가 비록 나이는 늙었지만 나보다 나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는 한무제 당시 훙노와 싸워 많은 전공을 세운 장수였다. 이 때 그의 나이 벌써 78세였지만 아직 원기 왕성했다. 선제는 병길의 보고를 듣자 곧 조충국을 불러들여 물었다. ‘반란군 진압에 장군은 어떤 군략을 쓸 것인가? 병력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 그러자 조충국은 대답했다. ‘백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합니다. 군사 일이란 수 천리 밖 멀리 떨어져 있어서는 계획을 짜고 세우는데 어려운 것입니다. 신(臣)은 급히 험도(險度)로 달려가 현지 도면을 놓고 전락방안을 짜고 또 적국의 민심을 파악하여 적국의 지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百聞 不如一見, 兵難險度, 臣願馳金城 圖上方略)
선제는 웃으며 이를 승낙했다. 이리하여 조충국(趙忠國)은 적국과 인접한 금성으로 달려가 현지를  답사한 후 적국의 군사주둔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한 다음 둔전책(屯田策)을 세웠다. 즉 보병 약 만 명을 각 지역 요소에 배치시켜 농사일을 해가면서 군무에 종사하게 했다. 그 자신도 일년간 함께 있으며 마침내 반란을 진압하게 되었다. 이는(한서) 조충국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와 같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590년에 왜국간자 종이지는 삭발한 우리나라 중의 모습으로 조선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일본국의 간첩이었다. 이 자는 경상도를 기점으로 하여 함경도까지 조선팔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백성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원성의 소리를 듣는 한편, 민심의 상황 및 지리적 형태를 세밀히 조사한 후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 후 1592년 일본은 30만 대군으로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에 침범하였다. 팔역(八域)이 진탕(震蕩)되고 임금은 압록강까지 피난갔으니 국가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처했다. 육년의 전쟁 중에 굶어죽고, 민초왜군의 총탄에 죽은 백성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으며, 농사를 경작하지 못했으니 백성들은 기사(畿死) 현상에 처해 있었다. 이와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당시 정치인들은 자기몫 챙기기와 자기당의 보존에만 급급하였으니 국가는 전복위기에 처해 있고 백성들의 울부짖음은 백척간두에 처해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