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부정부패 비리협의로 수사 대상이 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표를 박근혜 대통령께서 수리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국무총리직이 좋아서 미련이 남는지, 아쉬움이 남는지 눈물을 보이며 총리공관을 떠났습니다. 69일이란, 헌정사상 최 단기 국무총리 재임기록을 남기고, 눈물로 시작하여 눈물로 마감하며 불명예스럽게 낙마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우산(牛山)의 탄식(歎息)이라는 옛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지금으로부터 2천5백 년 전, 옛이야기입니다. 공자와 같은 시대의 인물인 안자는 주군인 경공(景公)과 함께 수도의 교외에 자리한 우산에 올랐습니다. “높은 곳에 오르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멀리까지 보여 자연히 슬퍼진다는 중국문학의 전통이 있습니다.”
그와 같이 경공도 북쪽 왕성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자신의 사후가 생각났습니다. 그러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 아름다운 나라로다. 수목도 울창하구나! 이 나라를 떠나 죽어야 한다니. 참으로 애석하구나! 예로부터 죽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과인도 이곳을 떠나면 어디로 가는가!” 그러자 신하 가운데 사공(史孔)과 양구거(梁邱據) 두 사람이 따라 울며 말했습니다. “저희들은 임금님의 은덕을 입어, 비록 변변치 않은 나물밥과 고깃국을 먹고 여윈 말과 허름한 수례를 타고 다닐망정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물며 임금님께서야 어련하시겠습니까?”
그런데 곁에 서있던 안자만은 혼지 웃고 있었습니다. 경공은 눈물을 훔치며 안자에게 말했습니다. “과인은 오늘 놀이를 왔다가 설움이 복받쳐 울었다. 사공과 양구거도 모두 과인을 따라 울고 있는데, 그대만은 홀로 웃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이냐?” 안자가 대답했습니다. “만일 현자가 영원히 살아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태공과 영공이야말로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또 용자가가 살아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장공과 영공이 항상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몇 명의 임금만이 지키고 있다면, 우리 임금께서는 임금의 자리에 오르지도 못하고 밀짚모자를 쓰고 논밭가운데 서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농사일에 바쁘실 텐데 죽음을 생각할 짬이 어디 있겠습니까? 말인즉슨, 옛날 임금들이 돌아가시고 안 계시기에 그 자리가 전해지고 전해져 지금 임금님께서 이어받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임금님만이 그를 슬퍼하여 눈물을 흘리신다면, 이는 천도와 인(仁)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천도와 인에 어긋나는 임금과 그에 아첨하는 신하를 보았기에, 신은 혼자 웃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몹시 부끄러워하며 “부끄럽구려! 나는 벌주를 한잔 마시고, 두 너희들은 벌주 두진씩 마셔라!” 하며 스스로 벌주 한 잔 마시고, 신하들에게도 각각 두 잔 씩 벌주를 내렸습니다. 이 세상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공직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나와 당신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선조들이 죽어 자리를 비워주었기 때문입니다. 천도와 인에 벗어난 잘못이 있어 공직을 떠나야할 때는 미련 없이 떠나야만 합니다. 언제 까지나 그 직을 맡고 싶다고 눈물을 흘린다면, 안자와 같은 사람들로부터 사람들로 부터 웃을 사게 될 것입니다.
“부끄럽구려! 나는 벌주 한 잔, 신하들은 벌주 두 잔” 하는 경공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