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사람의 삶에는 생활방식과 환경이 제각기 다릅니다. 그런 연유로 습성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사물이라도 각기 다른 관점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그 동기는 하나입니다. 바로 자기를 고집하는 아집(我執)이라는 관념입니다. 자기의 이익과 관계되는 것이라면 즉각 내세우는  의식의 향기를 불교에서는 무명(無明)이라고 합니다. 또 단습(斷習)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단습이란 곧 이러한 무명의 습관을 끊어 버린다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옛날에 어조은 이라는 사람이 혜충국사(慧忠國師)에게 물었습니다. “국사님, 무엇이 무명입니까? 무명이 언제 일어나는 것 입니까?” 국사가 대답하였습니다.
“불법이 쇠하니, 그 상(相)이 이제야 나타나는 구나. 그대 같은 자도 불법을 묻다니!” 이 말에 모욕을 느낀 어조은은 얼굴색이 변했습니다. 그러자 국사가 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명이야! 무명은 여기서부터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조은은 곧 반성했습니다.

▲한 장군이 백은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천당과 지옥은 정말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백은 선사가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나는 유명한 장군입니다.”, “하하하! 어떤 멍청이가 당신 같은 사람을 장군으로 모셨소? 내가 보기에는 소나 돼지나 잡는 백정 같은데요?” 이 말에 노한 장군은 버럭 고함을 지르면서, “뭐라고! 당신을 당장 죽여 버리겠다.” 그러자 백은선사는 태연히 말했습니다. “지옥의 문이 열리도다!” 이 말을 듣고 장군은 깨달음을 얻어. “죄송합니다. 저의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하십시오!” 그 모습을 보고, “천당의 문이 열리도다.” 라고 백은선사는 담담히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천당과 지옥은 사후에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바로 현재에 존재합니다. 선과 악도 한번 생각하는 사이에 달려있습니다. 천당과 지옥의 문도 우리에게 수시로 열리고 닫힙니다.
우리 고유의 명절 설날이 지나자 봄기운이 논두렁 밭두렁 양지쪽으로부터 느껴집니다. 향그런 편백 숲 향기 그윽한 갈모봉산 산안 이곳저곳에는 봉긋봉긋한 연분홍 진달래가 꽃망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훈풍에 흔들리는 가지가지 마다 함초롱히 달려 있습니다. 그중 성급한 것들은 꽃샘추위 속에서도 벌써 꽃망울을 벌리고 활짝 꽃을 피워 보는 사람의 감탄을 지르게 합니다.

이런 작은 것에도 감탄하며, 기쁨과 즐거움을 느낀다면 천국의 문을 여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무심하게 오고, 가는 세월을 한탄한다면 지옥의 문을 여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 한번 자문아답(自問我答)해봅니다.

천당과 지옥의 문을 열고 닫는 것은 각자의 마음가짐에 있음을 자각해 봅니다. 법성(法性)스님의 ‘마음 한번 바뀌니, 극락이 예 있구나!’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새봄을 맞아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하는 정월 대보름 잘 보내시고 즐겁고 보람된 한해가 되기를 축원(祝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