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겨울은 깊어져서 소한(小寒)도 지나고 가장 추운 날씨를 의미하는 대한(大旱)이 되었습니다. 야외에는 바람이 불고 체감기온이 뚝 떨어져 활동에 지장을 받습니다. 이런 때에는 따듯한 방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여유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좋습니다.
대한이라 그런지 바람도 심하고 기온도 떨어진, 오늘은 쉬는 날이라, 이른 아참부터 나의 농막을 겸한 산야초연구소인 갈모봉사랑방에 도착 통나무장작난로를 활활 피워 놓고 책을 읽으며 나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책명은 중국의 역사서인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입니다.
중국천하를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는 북쪽 오랑캐 침입을 막고자 만리장성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무덤도 만들었습니다. 죄수 70여만 명을 끌어다가 무덤을 만들게 하였습니다.
세 번이나 땅속물이 나올 때까지 깊숙이 땅을 파고들어가게 하여 거기다가 구리판을 깔고 그 위에 관을 두게 하였습니다. 무덤에는 궁전과 망루를 만들고,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이 시종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무덤에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저절로 쏘아지는 쇠뇌를 감춰 죽게 하였습니다.
또한 수은이 잇따라 흐르게 하여 마치 강이나 바다처럼 보이게 하였습니다. 더하여 물고기기름으로 불을 밝혀 무덤 안에는 길이길이 불이 켜져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상이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진시황제의 땅속 무덤 궁전을 감싸고 지켜내기 위하여 6천여 병마를 벌여 놓은 것입니다. 이것이 1974년 5월 한 농부가 밭에 물을 주기 위해 우물을 파다가 땅속 약 4미터에서 우연히 찾아내게 된 진시황제 무덤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시황제(始皇帝) 병마용갱(病馬俑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땅속을 파내는 작업은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낸 것은 어디까지나  땅속 무덤 궁전의 작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진시황제는 죄수 35만 명을 끌어다가 호화찬란한 아방궁(阿房宮)이라는 대궁전을 지었습니다. 이 눈부시게 번쩍거리는 궁전의 길이는 동서가 줄잡아 1킬로미터 이고 남북의 길이가 1백 70미터 정도라고 합니다. 위에는 1만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으며 아래는 높이 약 2.5m의 기를 세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아방궁은 중국의 장안(長安)에 있었습니다.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은 황하문명의 발상지로서 말 그대로 한족문화의 한복판이었습니다. 장안은 당나라 제6대 황제 현종(玄宗, 재위715-756) 때가 최전성기였습니다. 1백 50만 명의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니, 그때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787년 무렵 장안에 머물던 외국인 사신과 따른 이들이 4천여 명이었고,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장사꾼들의 수 또한 헤아릴 수 없게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한 한창 때에도 여인들의 애한이 깊었습니다. 현종 때 장안에서 눈부시게 활동했던 유명한 시인 이백의 자야오가(子夜吳歌)가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장안에 밤이 깊어 조각달 걸리니
수많은 집들 다듬이 소리 요란하고
가을 찬바람은 끝이 없이 불어오니
이 모두가 남편 그리는 소리여라!
오랑캐가 물러가는 날 그 언제런가
그날이면 우리 남편 돌아오려니!』    
초한지에 의하면, 진시황제가 35만의 죄수들을 끌어다가 지었던 폭정의 상징물이자 민초들의 원망의 상징물이었던, 호화찬란한 아방궁이었습니다. 이런 아방궁도 진나라가 건국 된지 불과 15년 만에 망하자,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의 군사가 지른 횃불에 불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석달 열흘 동안 꺼지지 않은, 천지에 충천한 불길 속에 완전히 잿더미로 변했다고 합니다. 부귀도 영화도 정대권력도 덧없고 무상하게 연기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