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고성JC특우회장

 몽글몽글 새싹 눈 틔우는 봄은 우주의 시작점이다. 신록의 봄, 청록으로 승화시키는 여름은 푸른 육신 활활 태워 가을 드리운다. 갈색 가을은 생명의 정제인 씨앗을 갑옷으로 동여매어 동토의 겨울을 이겨낼 채비 한다. 겨울은 땅 위의 모든 주검을 땅속으로 침잠시킨 씨앗에게 과학, 인문, 철학을 교수한다. 그렇지 않으면 튼실한 창조의 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 12월, 매서운 서릿발 진정한 겨울 초입이다. 한해를 조용히 갈무리하여 희망찬 2015년을 맞이하여야 함에도 12월이 무섭다. 각종 송년모임, 술, 인사말, 결산, 후회, 등. 세월 따라 흐르기야 하겠지만, 그 속에서 파생되는 각종 부작용이 벌써부터 몸서리쳐진다.
 보통 사람들은 2~3개 회장과 2~3개의 총무를 맡아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12월은 5~6개의 모임을 피할 수 없다.  웬걸! 모임 준비를 위한 회합도 가져야 한다. 밀린 회비도 완납해야하기에 금전적 부담도 만만찮다. 
 1월부터 11월까지 개미처럼 앞만 보고 살았으나 12월은 인간관계 시스템에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학’이 있고, 위아래 춥고 배고픔을 돌아보는 측은지심의 ‘인문’이 있으며, 나중에 심히 창대하리라는 깊은 사유와 염치, 배려의 ‘철학’ 속에 12월을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래야만 나이 한 살 온전히 먹여 주는 게 우주의 습성이며, 인간으로서 사계 중의 마지막을 맞는 숭고한 자세이기도 함이다.
 12월이야 어찌 가도 간다지만 내년은 경기가 아주 좋지 않을 모양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원활한 경제사정으로 편안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이가 그리 흔치 않다. 요즘에 보면 6.25 직후 미국 원조로 들여온 큰 분유통에 배고파 거꾸로 빠져 죽은 아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4자방 비리 여파인지는 몰라도 녹록치 않은 국가 예산이 급기야 우리 아이들을 분유통에 고꾸라지게 하는 형국이니 말이다. 
 보편적 복지니 선별적 복지니 선동을 일삼던 정치가들이 결국 아이들 급식비를 빼앗아버릴 모양이다. 이 땅에 살면서 사회지도자급 형세 하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종교인, 수많은 몰염치인, 과도한 연금혜택으로 국고가 고갈되든 말든 나 몰라! 하는 사회 중심인(?)들이 아이 급식비 뺏는 또 하나의 작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머리띠 두른 적반하장을 보면 언필칭 총체적 난감이다.
 고단한 삶일지라도 열심히 살아가는 대부분 중하층 서민들은 부가세, 각종 거래세는 물론, 불어나는 과태료, 범칙금, 등 노랑 딱지가 방바닥을 가득 메워도 원망조차 할 곳 없다. 이쯤 되면 담배 한 대 물고 시름의 연기 날려 보내고 싶지만 이젠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한 갑에 10만원을 해도 태우고야 말겠다.”는 자조적이며 처절하리만큼 모범납세자인 노동자 친구의 말이 귓전에 맴도는 12월은 무척 애달프고 무서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