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청량한 가을입니다. 흔히 가을은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 독서의 계절이다.’ 혹은 ‘삶과 인생의 의미를 반조해보는 사색의 계절이다.’라고 하며, 독서와 사색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책이 좋은 책이라서 나의 삶에 도움이 될까? 어떤 방법으로 사색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좀 더 바람직하고 보람된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인가. 하는 문제로 고민도 합니다. 책을 읽거나 사색 한다는 것 자체가 별다른 소득도 없는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는 꼴은 아닌가 하는 것도 문제이고 고민이지요. 이글을 쓰는 저도 이런 문제로 오늘 밤은 교양서적을 읽을까?  전문서적을 읽을까? 아니면 소설을 읽을까? 부담 없는 수필을 읽을까? 하고 선택의 기로에 봉착했습니다.
‘인생 긴 여로엔 얼마나 많은 선택의 고통이 잠재되어 있는지! ’ 
 고민과 생각 끝에 책장에 꽂힌 인문 교양서적 ‘오쇼 나즈니쉬의 명상, 처음이자 마지막 자유’를 뽑아 읽어봅니다. 인도의 석학 오쇼 나즈니쉬는 이 책을 통하여, 아름다운 이야기를 실어 끝없는 사랑과 사색, 그리고 명상과 깨달음의 향기를 뿌리고 있습니다. 
유대교에는 ‘하시이즘’이라는 신비주의적인 종파가 있습니다. 이 종파의 창시자인 ‘바알셀’은 희귀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강에 나갔다가 한밤중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일과 중의 하나였습니다. 한밤중의 강가는 고요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자 있곤 했습니다. 다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을 뿐입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관찰자를 관찰하면서... 그날 밤도 그는 강가에서 돌아오다가 대부호의 저택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대문 앞에는 경비원이 서있었습니다. 경비원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이 사내는 날마다 똑 같은 시간에 여길 지니기고 있지 않은가? 경비원은 밖으로 나와 물었습니다. “쓸데없이 참견 했어 죄송합니다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군요. 낮이나 밤이나 당신에 대한 궁금증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는 분이지요? 날마다 강가에 나가는 이유가 무엇 입니까? 여러 차례 당신을 미행했습니다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당신은 그저 몇 시간이고 가만히 앉자 있다가 한방중이 되면 돌아오곤 했지요?” 그러자 바알셀이 말했습니다. “당신이 내 뒤를 밟은 것도 나는 알고 있소. 적막한 밤이라 당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당신이 날마다 대문 뒤에 숨어서 날 지켜보는 것도 알고 있소. 하지만 궁금한 것은 당신만이 아니오. 나 역시 당신에 대해 궁금하오. 그래서 묻는데 당신은 무엇을 하는 분이오?” 경비원이 말했습니다. “저는 그저 경비원(Watch man) 일 뿐입니다.” 바알셀이 말했습니다. “오, 저런! 당신은 핵심적인 단어를 말했소. 내가하는 일도 바로 그 것이오” 경비원이 물었습니다.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당신이 경비원이라면 궁전이나 집을 지켜야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강가의 모래밭에 앉아서 무엇을 지키고 계신가요?” 바알셀은 말했습니다. “우리 사이에 약간 다른 점이 있소. 당신은 외부의 인물이 저택 안에 들어가는 것을 지키지만, 나는 다만 이 보는 자를 관찰하고 있소. 이 보는 자는 누구인가? 이것을 아는 게 제 평생의 과업이오. 나는 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소.” 경비원이 말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군요. 그럼 보수는 누구한테 받을 수 있습니까?” 바알셀은 “이 형언할 수 없는 지복과 기쁨, 이 엄청난 은총 자체가 그 대가요. 단 한 순간만 맛본다 해도 이 세상 어떤 보물도 이것에 비교할 바가 못 되지요.” 경비원이 말했습니다. “그것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평생 동안 지켜보는 일을 해 왔습니다만, 당신이 말하는 아름다운 경험은 해 본적이 없습니다. 내일 밤에 당신과 동행하고 싶습니다. 제게 당신의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제 역시 지켜보는 법을 압니다. 다만 방향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당신의 지켜보는 방법은 저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독서의 계절이자 사색의 계절인 지금은, 굳이 단풍놀이를 가지 않아도 오고 갈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색색의 진풍경입니다. “아, 올가을도 이제 가는구나!” 아름답다는 찬사는 잠시일 뿐 이내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그러고는 어느새 사색의 무드에 잠깁니다. 대수로운 생각거리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그저 폼으로라도 괜찮습니다. 사색! 얼마나 귀한 것인가. 요즈음 같은 시대에 얼마나 반가운 것인가를 생각해 봅시다.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 독서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