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칠거지악(七去之惡)은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 죄악이란 뜻이다.
삼종지도(三從之道)와 함께 여성들을 일방적으로 학대해 온 고대사회의 대표적인 윤리관이다. 그 일곱 가지 죄악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는 시부모의 말에 순종하지 않는 것이다. 즉 불순부모거(不順父母去)라는 것이다. 거(去)는 버린다, 보낸다, 쫓는다 라는 뜻이다. 이것은 아마 지금도 법률적으로 이혼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음은 무자거(無子去)다. 자식을 낳지 못하면 보낸다는 것이다. 불효 가운데 뒤를 이을 자식이 없는 것을 가장 큰 것으로 알던 고대사회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였을지 모른다. 지금도 아직 그 잔재가 남아 있어 첩을 얻는 조건이 가끔 본부인이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이 이유가 될 때가 있다.
다음은 음거(紶去)다. 부정한 행동이 있으면 보내는 것이다. 지금도 이것만은 이혼의 절대적인 조건이 되어 있으니 옛날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다만 여성에 한한 일방적이라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음은 유악질거(有惡疾去)다. 전염될 염려가 있는 불치의 병 같은 것을 말한다. 지금도 이것만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점이 다르지만.
다음은 투기(妬去)다. 첩 꼴을 보려고 하지 않고 공연히 남편의 하는 일에 강짜를 부리는 그런 여자는 돌려보내도 좋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여성들에게는 가장 가혹한 일방적인 고역이었을 것이다. 쌍벌죄가 여성을 보호하고 있는 오늘을 사는 여성들로서는 생각만 해도 남성들의 지난날의 횡포가 치가 떨리도록 미울 것이다.
다음은 다언거(多言去)다. 말이 많은 여자는 보내도 좋다는 것이다.
말이 많다는 표준을 어디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말을 옮기기를 좋아해서 동기 친척들을 불화하게 만드는 그런 경우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도거(盜去)다. 손이 거친 여자는 보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보내지 못하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이른바 삼불거(三不居: 세가지 내 쫓지 못하는 법) 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그 며느리를 사랑하는 경우는 보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부모에게 효도가 극진하고 부모가 작고한 후 3년 상을(與更三年喪) 입은 아내는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드물겠지만 자식을 낳지 못하는 여자들 중에 효부가 많이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 시집와서 몹시 가난하고 어렵게 살다가 뒤에 부자가 되고 지위가 높아졌을 경우에는 비록 잘못이 있어도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돈이 많고 출세를 하게 되면 공연히 아내가 보기 싫어지는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잘못은 잘못이요 공은 공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여자는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과 같이 살던 여자를 길거리로 내쫓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