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중국역사소설로 유명한 초한지(楚漢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던 진나라도 진시황제가 죽자 곧 멸망하게 됩니다. 그때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치열하게 다툼을 하던 시절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때 중국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략을 가졌던 한신(韓信)이 등장합니다. 한고조 유방과의 대화에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유명한 한신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여 고난의 세월을 지내고 살았습니다. 그 시절 한신은  할 일이 없어 실의에 빠져 빈둥빈둥 낚시나 다니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니 먹을 것이 없어 동냥을 다녀야 했고. 그 조차여유가 없으면 굶기가 일쑤였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표모(漂母)라고 하는 빨래하는 할머니가 가엽게 여겨 돌봐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니 자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 업신여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허리엔 칼을 차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시장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평소 그를 바보처럼 여기던 불량배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비웃으며 놀렸습니다. “야, 한신! 이 겁쟁이야. 허우대만 멀쩡하고 옆구리엔 어울리지도 않는 긴 칼을 차고 있지만, 네놈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진정 네놈이 사내라면 칼을 뽑든가, 아니라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서 지나가라!”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 불량배 가랑이 사이로 엉금엉금 기어서 지나갔습니다. 남의 가랑이 사이로 엉금엉금 기어서 지나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지욕이었으나, 짧은 순간 만용을 부리기보다는 큰 뜻을 위해 안전을 택한 것이었습니다. 큰 뜻을 품은 한신의  상대는 천하였지 하찮은 불량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때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한신은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한나라 유방에게 등용됩니다. 등용된 이후 대장군이 되어 기묘한 전략과 전술로 혁혁한 공을 세워 초패왕이라고 자처하던 항우를 해하에서 죽게 만듭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 유명한 항우였지만, 적장 한신의 전략과 전술을 당하지 못하고 해하전투에서 대패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한신은 마침내 초나라 왕이 되었습니다. 그는 젊은 날에 큰 뜻을 품고 있었기에 고난과 치욕을 감내하며 묵묵히 정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그는 끝내 후세에 손꼽히는 명장으로 이름날 수 이었던 것입니다. 
후세 사람들은 말합니다. 고난과 치욕이 닥칠 때 포기하고 좌절하면 인생은 그것으로 끝나지만, 꾸준히 노력해 그 고난과 치욕을 극복하면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그릇과 능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고난과 치욕을 얼핏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대처하는 태도에 따라 큰 사람이 될 기회로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있는 ‘젊어서 고생은 사사라도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심심풀이로 두는 장기(將棋)놀이는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천하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것을 장기로 묘사한 것입니다.

여가시간에 장기판을 맞대고 친구들과 장기를 둘 때 초한지에 나오는 한신의 모습도 한번 상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