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김종직은 조선 초기 문단(文壇)의 종장(宗匠)이자 도학(道學)의 종사(宗師)이다.
김종직은 3세 때 할머니의 등에 업혀서 다니는데 까마귀가 까악 까악 하고 울고 있는 것을 보고 할머니 저 까마귀가 우는 곳에는 소고기가 있을 것입니다.
할머니 까마귀가 우는 대나무 속으로 갑시다. 하거늘
할머니는 손자 김종직이 시키는 대로 대밭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과연 거기에는 암소 한 마리가 도끼날에 의해 죽어 있었다.  할머니는 칼을 가져와 그 소의 다리 하나를 끊어 집에 가지고가서 저녁 반찬으로 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할머니는 밀양군청으로 소 절도죄(도둑)로 소환되어 가게 되었다. 그러자 어린 김종직이 말하기를 ‘할머니 나를 업고 관청으로 가면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할머니 생각에도 혼자 관청에 소환되어 잡혀 가는 것 보다 손자인 김종직을 등에 업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될까 생각하여 밀양군청으로 갔다.
군수에게 할머니는 소 절도죄로 엄중하게 문책을 당하자 등에 업힌 김종직이 대답하여 말   하기로 ‘칠십 살이 넘어선 할머니께서 어떻게 큰 소를 죽일 수 있습니까’ 하고 군수에게 항의하였다. 군수 역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떤 젊은 도적놈이 남의 집 소를 죽여 대밭 속에 숨겨 두었다가 밤이 되면 가져갈 것이라 짐작하였다. 그리고 군수는 동헌(지금의 군청)을 한 바퀴 돌아보고 와서 오른손 주먹을 아이에게 내밀면서 이 손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알아맞히면 너희 할머니를 무죄석방 시켜주겠다. 어린 김종직은 서슴치 않고 ‘군수님 주먹 안에 개구리 한 마리가 아픔을 참지 못해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라고 하니 군수가 손가락을 펴 보이니 과연 개구리 한 마리가 뛰어서 달아나 버렸다.
군수는 말하기를 이 아이는 장차 이 나라의 동량으로써 석학 대유가 될 것이라고 하며 무죄 석방 시켰다. 그리고 통인(지금의 기획실장)을 시켜 남몰래 할머니 뒤를 따라가되 등에 업힌 아이가 그 할머니에게 무순 말을 하는지 잘 듣고 돌아와서 나에게 고하여라 하였다. 그 뒤를 쫓아 따라가니 김종직이 뒤를 돌아보더니 산모퉁이를 돌아가며 하는 말이 ‘알지도 못한 중놈의 자식이 군수를 하면서 죄 없는 할머니를 오라 가라 하니 한심한 군수로다’ 라고 말하자 그 할머니가 손자의 입을 손바닥으로 털어 막거늘 통인이 깜짝 놀라 군청으로 돌아왔다.  군수는 답답하여 통인에게 김종직이란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더냐 하고 독촉하였다. 통인은 차마 입으로서 말할 수 없는 처지라 묵묵부답하고 있으니 군수는 칼을 들어 통인의 목을 배러하였다. 통인도 할 수 없이 그 아이가 한말을 전하였다.
군수는 그날밤 어머니 침실에 들어가서 시퍼런 칼을 내놓으며 ‘어머니께서 거짓없는 바른 말씀을 해주시면 어머니도 살고 소자도 살 것입니다.
만약 어머니께서 거짓말을 한다면 소자는 어머니 앞에서 이 칼로 소자의 배를 갈라 죽을 것입니다’ 하니 어머니는 간담이 서늘하여 무엇을 바른말을 하라느냐 하니 군수는 다시 일어나 절을 하면서 말하기를 소자의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미가 시집을 오자 두 달 만에 남편이 죽었다.  어미는 청춘소부로 살고 있는데 하루는 집안 어른들이 출타하고 없는데 보은사 절에 스님이 와서 쌀을 동양으로 주었다. 그런데 중이 나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와서 너를 잉태하게 되었고 열 달을 지나 출산하여 네가 태어났다.
무정세월 약류따라 어느 듯 너의 나이 열 살이 되던 해 너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금산으로 가 그곳에서 야은 길재 선생에게 너는 글공부를 하여 문과 급제에 합격하게 되었고 오늘의 밀양 군수가 된 것이다’ 라고 말하니 군수는 어머니에게 백배 사례하면서 어머니도 소자도 살았습니다. 그 다음날 군수직을 사직하고 그 어머니를 모시고 깊은 산골에 이사 가서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