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암 문학평론가.시사평론가

고 김대겸 광역의원. 시민 속에 많은 족적을 남기고 어딘가 알 수 없는 저 세상으로 갔다. 불교신자인 그는 비탄의 강인 아케론 강이 아닌 삼도천을 건너 영면에 젖었겠다. 지난 19일 고인 명의의 셀러폰으로 통한 부음(訃音)이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고인은 "대겸입니다"고 시민과 유권자를 향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외쳤다. 그때 필자가 소속된 지단체장 후보와 같은 7번의 기호를 배정받은 터라 서로 간 협조관계였다. 설전을 벌일 때 필자의 목마름에 음료수를 사 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생전에 고인은 필자에게 간간히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어 왔다. 작년 초가을이었나 보다. 그때 관악산 산행 중이었다. 진찰받으려 왔다는 것이었다.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니 하룻밤 자고는 하향하니 병 문환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고향에서 만나 극구 식사를 하자기에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다. 건강 때문에 단체장 출마는 접고 광역의원에 다시 출마하려 한다. 그런데 상대 후보측에서 "내가 암 걸렸다고 헛소리를 한다"며 분노에 차 있었다. 의장은 한 번 해야 않겠냐? 유능한 후배가 있으면 물러줄 용의도 있는데 없다면서 도와달라는 청이었다. 필자가 상경하고도 아무 응답이 없자 전화로 "내 좀 안도와 줄 거가? 내 목이 불편하니 선거기획에서부터 유세까지 맡아 달라"는 청에 "형님. 안 됩니다."고 하니 "내, 니(너) 모시려 갈 테니 도와줘?" 개인적으로는 필자에게 대선배이자 그의 정의감에 평소 존경하는 터였다. 선거가 얼마나 절박했으면 새까만 후배인 필자에게 최대한의 예우로 읍소일까에 고민을 안겼다.
 
 3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탓에 몇 번 병 문환을 갔다. 그때 냉큼 잘 됐다 싶었다. 진짜 이 양반이 암인지 확인할 수 기회를 잡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상대 후보 측에서도 그 말을 들었기에 암 병동으로 안내될 줄 알았다. 그러나 소화기 내과였다. 건강이 상당히 호전 중이었다. 그때도 "아무리 선거판이지만 후배들이 그런 악담을 했어야 되겠냐?"에 "걱정 마시라.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마이크 잡고 '김대겸은 암은 아니었다' 헛소리들 하지마라"고 증언하겠다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곧 출마선언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인은 마산 삼성병원으로 입원했다면서 곧 회복될 거라고 전화를 걸어왔었다. 육성으로 주고받은 전화는 그게 마지막이었고 모든 게 끝내 허사로 돌았다. 지난 6. 8. 12:57 "형님, 회복 중이십니까? 어떻습니까? 빨리 회복돼 통화 좀 하시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게 지금도 저장돼 있다. 메시지를 보낼 줄 모르는 고인은 필자와의 육성 통화는 할 수 없어 답신하려고 안간힘을 쓴 모양이다. 그러한 탓에 "!" 따옴표 하나만 남겼다.
 
 고 김대겸. 감히 말하건대, 그는 불의에 맞서는 '정의의 사도'였다. 궂은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섰다. 그 당시로써는 고학력임에도 고향을 지키면서 통영과의 통합반대에 선봉이었으며 굵직한 체육행사도 유치하는 등의 큰일을 해냈다. 필자도 정치인 반열에 있지만 지역에서 군림하는 지방의회 의원들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바를 숨길 수 없다. 물론 광역의원이었지만 고인이 있었기에 그나마 지방정치 '그들만의 리그'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더구나 깃대 선거판에서 오로지 무소속을 유지한다는 것은 고인이기에 가능했다. 어느 누가 지역 국개원의 삽살개 노릇만 할 뿐, 올곧은 소신으로 배짱 있게 나갈 수 있었냐고 반문코자 한다. 없었다. 소신은 없고 '깁스란 불루스'나 잘 추지 않는가? 여느 지방정치꾼이나 토호처럼 꼬불쳐 놓은 돈도 없었다. 이 부분은 "선거 비용이 얼마나 있냐?"에 "모 씨에게 좀 달라 할 거다"란 답에서 추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리사욕에 찬 흡혈귀 삶이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그리고 고인은 말했다. 미망인과 함께 '2,000원 짜리 돼지국밥집'을 경영해 없는 사람들 먹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고인시여! 삼도천인지, 천상인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내려와 소가야의 헐벗고 굶주리며 힘없는 민초들을 보살필 수 없겠습니까?
 
 여기까지는 모를 수 있는 고인에 대한 그의 전기적 재조명의 단면이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 죽는다. 그 죽음길이 어디인지 모르는 머나먼 미지의 세계일뿐이다. 세계적인 석학이나 선인들도 이에 대한 답은 없다. 생전은 더할 나위 없고, 망자에게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필자는 몇 년간 악담이나 시기와 질투에 찬 자격지심이 더해 상대방을 끌어내리는데 안달하는 이의 말로가 아름답지 못함을 보았다. 이들에게는 언젠가 신이 심판을 내리는 것 같다. 상대방의 흠은 듣지 않는다. 아예 애초에 봉쇄한다. 필자는 평론가로서 비판은 한다. 그 비판도 언론이나 패널로서 공론화 시킨다. 평론가(비평가)가 침묵하면 자신의 비겁함이고 자격이 없다. 또한 비판 없는 세상은 독재요. 암흑이다. 고로 평론가가 존재하기에 세상의 밝은 빛을 밝히기도 한다. 그러나 평론가는 비평을 할 뿐이지 비난은 않는다. 비난의 귀는 없애는 게 아름다고 건강한 삶이 아닐까? 상대방을 긍휼하게 여기고 격려하는 삶의 자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