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가슴 아프게도 지난 6월 1일, 슬하에서 자라던 둘째 아들이 나와 내 가족과 세상을 달리 하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신경이 약하여 마음의 병’을 앓아 오던 둘째는 자신을 자책하는 글을 집 컴퓨터에 남기고 사라진지 10일 만에 남해 바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 되었습니다. 만 28세를 갓 넘긴 말 그대로 ‘꽃 다운’ 나이였습니다.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국가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기록물관리 필요성에 따라 최근에 신설된 기록관리학 대학원 졸업반으로, 공부도 잘하여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비 전액 학비면제 장학생이라 졸업 후 취업도 보장되어 걱정 안 시킨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나와 둘째의 현세에서 ‘부자지연(父子之連)’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둘째가 집을 나가고 난 후 나와 집사람, 서울에서 비보(悲報)를 받고 급히 내려온 첫째 아들은 소위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제정신인 것이 비정상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둘째 아이를, 아이의 흔적을 찾아 집을 나섰고, 답답한 마음에 역술인들을 찾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둘째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고, 애통한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이 속에서 실종신고를 받은 고성경찰서에서는 신속히 전담반을 편성하여 둘째를 찾는데 성심성의껏 임해 주었습니다. 경찰관, 소방관, 의용소방대원, 해양경찰까지 동원되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둘째 아이의 흔적을 찾아 샅샅이 주변일대를 뒤져 주셨습니다. 여기에 담당 경찰관은 매일 같이 전화를 걸어 나와 집사람의 안위를 걱정해 주었고, 친구이기도 한 고성지구대 경찰 간부 동료와 함께 두 번이나 집으로 찾아와 주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명구조견 까지 동원하여 인근지역을 탐색하여 주었습니다.
 
 지금도 경찰관을 비롯한 관련자분들의 노고와 마음 씀씀이를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하여, 소식을 들은 일가친척, 친구, 이웃분들은 ‘정(情) 이란 무엇인가?’를 잘 보여 주셨습니다. 

 그렇게 10일이 지나고, 바다에서 발견 된 둘째아이는 우리가 그동안 기울였던 노력이 헛된 것임을 결과적으로 증명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둘째를 찾아 헤매던 시기, 그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이 일을 겪으면서 밤낮으로 국민의 평안을 위해 헌신 노력하는 관련 공무원들의 헌신과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고, 이웃의 소중함과 감사함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비록 28년 간 같이 한 둘째와는 이 세상에서 인연이 끝났지만, 우리 부부와 하나 남은 아들은 주변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불우하고 불행한 이웃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분들을 돕는데 헌신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고마운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최선을 다해 노고를 아끼시지 아니 하신 고성경찰서 경찰관, 통영해양경찰서 고성파출소 경찰관, 고성소방서소방관, 고성 의용소방 대원님들의 고마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따뜻한 위로와 정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