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동시 지방선거는 4년 전과 같은 형국으로 끝났다. 전국적인 면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거였다. 고성에서의 기초단체장 선거는 여권의 지역할거주의에 기대고도 압승은 아니었다. 40%초반대의 득표율로는 어떤 측면에서는 영광스럽지 못한 승리인지 모른다. 두 정치학 박사에다 거대야당 후보도 모자라 나름 민초의 한을 풀 듯한 후보까지 나섰으나, 하나의 적(?)을 궤멸하지 못하고 패배로 끝났다. 나름 선전했으나 '박사들의 반란 아닌 반란'도 제압된 셈이다. 이들의 패배는 뒷전으로 하고라도 변화를 바랐던 유권자에게는 깊은 상처는 안기지 않았을까. 물론 선거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행태에 대한 시비(공선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에 대해서는 패자들이 향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패배다.
 
소위 막대기표 선거판에서 기득권과 똥파리들에게는 수성이자 또 한 번의 승리였다. 그러나 98~99%의 민초들에게는 곡(哭)소리를 안겼다. 근조(謹弔)는 망자에게만 표하는 게 아니다. 텃밭에서의 민초들은 싫증이 난 나머지 변화를 요구했지만 패자들의 전술로는 역부족이었다. 그 역부족에는 각 후보들의 욕심이 더해 '민의를 외면한 죄'가 한 몫을 했다. 고로 이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죽였기에 근조를 안긴 셈이다. 부정의나 반대파에 저항함에 있어 혼자만의 힘이 약하면 연합전선을 펴야함에도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대중과 김종필이 공동정부론을 펼쳐 승리를 거머쥔 그러한 공존의식이 부족한 채, 독야청청 '내 아니면 안 된다'는 골목대장 심리를 접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 후진국인 우리나라의 선거판은 개(犬)판이다. 개가 안 되고는 온전하지 못한 판이다. 개판을 치는 데 능수능란한 자가 대체로 승리의 월계관을 목에 건다. 그 월계관은 무제한의 권한이 주어진 냥 민 위에 군림하기에 욕을 먹는다. 민의 뜻을 정치나 군정에 반영하라는 신의 소리임에도 외면한다. 성실과 정의는 하늘의 본연의 자세이자 신의 뜻임에도 이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러기에 이 사회가 '부정의한 사회'이다. 이로써 국민이, 유권자가 불쌍하다. 승자가 앵벌이처럼 구걸하던 자세는 곧 사라진다.
 
필자에게도 중앙과 지방에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선거를 기본으로 하면서 기초단체장선거까지도 도움을 청해 왔었다. 응하지 않으려고 반항아 형국을 취했으나 거듭되는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들은 필자를 막 부려먹지는 못한다. 그러기에 소위 보수진영에서 제법 큰 감투(?)인 임명장까지 내리기에 전국을 누비는 호사를 부리기는 했다. 문학인이자 평론가를 떠나서라도 정치인 반열에 있기에 필자도 민을 향해 소신과 철학에 대해 주둥아리를 나불거려야 하는 데, 입을 닫는다는 게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이렇게 응수했다. "그래! 내 여태껏 초근목피에 의지한 채, 도와줬어도 나라가 이 꼴밖에 안되냐? 또 한 번 속아주겠다. 마지막으로 화끈하게 도와 주께. 대신 모가지 깁스하면서 니들끼리 다해 처먹으면 총살당할 용기 있냐? 그대들이 진정, 대한민국을 위한다면 말하라!"고. 일단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면 올바른 직업을 가질 수 없어 백수나 반백수의 길이면서 기회를 노리는 게 허다하기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선거판에서 자빠지면 그 후유증은 엄청 심하다. 다들 나름 그 고지에 깃대를 꽂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던 게 실패로 돌면 트라우마에 휩싸인다. 필자 역시 증세가 심해 자살충동까지 경험한 바다. 거대 양당 구조와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싸운다는 것은 엄청 힘이 드는 선거일 수밖에 없다. 이 판에서는 2등은 필요 없다. 청춘이 현재에 머무르지 않듯이 그 2등이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기의 길을 도모하면서 다시금 패배의 늪에서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한다. 그리고 이 판이 아니라도 좋은 세상은 많다는 점을 알고 제2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는 지혜도 필요하다. 승자에게 일단은 축하를 보내나, 자만하지 말고 패자를 안는 자세야 말로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싶다. 또한 자신의 정열을 지역민에게 한없이 베푸는 자세로 지역 역사에 길이 남을 수령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