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고성JC특우회 회장

OECD 32개국 중 사회자본 구축도가 29위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란다.
행정, 사법, 타인, 가족들의 공통분모는 신뢰다. 이 신뢰가 사회자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믿지 못하는 정부, 검, 경과 더불어 법원마저 불신하게 하는 풍조, 하물며 가족 간의 신뢰도마저 30위권이 대한민국이란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대한민국의 타인 간의 신뢰도는 20위권 초반이다. 뭘 의미하는 걸까? 세월호를 믿고 타는 타인의 신뢰도는 가히 죽음조차 불사하는 우리 사회의 가공할만한 신뢰도이기 때문이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뭘!”하는 자포자기가 신뢰도로 승화한 것이 아닐까하여 씁쓰름함을 금할 길 없다.

 ‘총체적 불신’, 이것은 하향식이다. 야비한 모 정당 상향식이 아닌, 자라는 대한민국의 씨앗에 방사능을 퍼붓는 1번이 어디서부터인가? 허울 좋은 여론조사에 사를 입혀 매관매직이 무엇인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얼치기.
 나 어린 이 농간에 그저 하문 기다리듯 무릎 조아려 먼 하늘만 멀뚱거리는 나름대로 지도자라는 사람들도 문제이거니와 부드러운 낯빛 뒤에 숨어 비정규 콤플렉스를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은, 그야말로 하찮은 지역사회로 전락시키는데도 누구 하나 대드는 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지역사회 이간시키고 촌놈이라 얕잡아 보며, 난다 긴다는 사람들 그저 엎드려 사족을 못 쓰며 늙거나 젊거나 줄 서서 호들갑 피우는 게 실로 가관이다.  짧은 공부 긴 선거로 점철된 인생철학은 척박할 수밖에 더 있겠나. 하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라는 것쯤은 알 터인데, 실상은 썩은 윗물이 내려오면서 나름 정화되어 아랫물은 맥 빠진 이교도집단처럼 고착화돼 버렸다. 마치 마취된 환자처럼. 솔직히 우리 고성의 현주소다.
 
 고성인 다움은 모조리 팽개치고 온통 줄잡고 줄 서는 사람들만 사는 줄서기 고성이 돼버렸다. 어른이고 아이고 온 동리에 나와 밤낮으로 줄 놀이 하는 고성은 단언컨대 미래가 요원하다고밖에 더하겠나.
 더욱이 어둡게 하는 요인, 후보마다 모조리 ‘개발’뿐이다. ‘계발’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고성사람은 굴뚝을 원한다고 모든 선량들이 합의한 모양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 인문과 철학은 모두 다 쓸어 당항포에 빠뜨려 버린 것일까.
 
 한때 15만 도시가 5만여 촌락으로 변했다. 100년 전이 아니다. 불과 30여
년 만이다. 어찌 보면 없어진 10만 인구는 고성에 뿌리 두고 언제든지 회귀하고 싶은 고향을 고성이라 생각하는 이가 10만이 된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불신의 도시, 산야는 찢어발겨 굴뚝이 하늘 치솟아 옛 정취와 정체성이 하나도 없을 때 향수, 회귀, 귀농이고 나발이고 당연히 없다.  
 
 존경이 있고 신뢰가 있어 싸움이 없고 부드러움이 있어 유순한 삶을 사는 고향다운 고성으로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성 인구팽창은 가능하며 산과 너른 들판, 시원한 바다로 접한 교통의 요충지인 것만으로도 숙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성장 동력은 절로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바쁜 정치가 가시적 성과에 목말라 기다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1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안목으로 50년을 내다보려니 신뢰는 벌써 무너져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