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사지이후생은 죽을 마당에 이르러야 용기를 내서 다시 살아나게 된다는 뜻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무엇보다 용기와 결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참다운 용기와 결심과 노력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최후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불리한 외형적인 조건을 극복하려면 이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정신력만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유발할 수 있는 동기는 이젠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함지사지이후생은 바로 이 원리를 말한 것이다.

 <사기>회음후전(淮陰侯傳)에 나오는 한신(韓信)이 인용한 병법에 있는 말이다.
배수진(背水陣)이란 제목에서 자세히 설명했듯 한신은 얼마 안되는 군사로 조나라의 20만 대군을 맞아 싸울 때 배수진을 이용하여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 때 부하 장수들이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 말하기를 산과 언덕을 뒤로 하고 물과 들을 앞으로 하여 전쟁을 하라고 했는데 지금 장군께서는 배수진(背水陣)으로 조나라 군사를 깨뜨렸으니 이것은 도대제 무슨 전법입니까?”

 그러자 한신은 “이것도 역시 병법에 있는 거야. 그것을 제군들이 미쳐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죽을 땅에 빠뜨린 뒤에 살고 망할 땅에 놓인 뒤에 다시 일어난다(함지사지이후생 취지망지이후존:陷之死地而後生 醉之亡之而後存)는 말이다. 더구나 이 한신은 아직 간부들과 한 마음 한 뜻이 되지 않는 이른바 시장바닥 사람들을 몰고 와서 싸우고 있는 터이므로 자연 그들을 죽을 땅에 각자가 자진해서 싸우게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던 거야. 만일 살 땅을 주게 되면 전부가 다 달아나 버릴 것이니 이렇게 그들을 데리고 싸울 수 있겠는가?” 이 말에 모든 장수들은 “과연 그렇겠습니다.”하고 탄복을 했다는 것이다.

 전쟁만이 아니고 세상 모든 일에 이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서양인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동양인은 자기 억제를 존중한다. 일하지 않고 얻은 부는 큰 죄악이요, 가진 자가 베풀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