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불교승려이자 신비주의자인 나가르주나(용수보살)가 어느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나라의 왕이 나가르주나의 추종자였습니다. 왕은 그에게 다이아몬드가 박힌 황금 그릇을 선물했습니다. 그것은 매우 값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나가르주나는 벌거벗고 다니는 탁발승이었습니다.
 그가 다른 마을을 지나가고 있을 때 한 도둑이 그를 보았습니다. 도둑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벌거벗은 탁발승이 엄청나게 값비싼 그릇을 들고 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도둑은 그의 뒤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나가르주나는 마을 외곽의 폐허가 된 사원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 사원에는 문도 없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도둑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제 그는 휴식을 취할 것이다. 밤이 되면 잠이 들겠지. 저 그릇을 훔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도둑은 벽 뒤에 몸을 숨기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나가르주나가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말했습니다. “숨어 있지 말고 나오게나. 자네가 이 그릇을 가져야 내가 편히 잠을 자게 될 것 같군. 어차피 이 그릇은 자네가 가져갈 테이니 지금 줘버리는 것이 낫겠네. 자네를 도둑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고... 자, 가져가게. 선물로 주겠네.” 도둑은 엉겁결에 모습을 나타내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나가르주나에게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나가르주나가 말했습니다. “이제 어서 가게나. 이 그릇 밖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이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 자네도 맘 편하고, 나도 맘 편히 잠을 잘 수 있겠군.”

 도둑이 말했습니다. “한 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당신처럼 물질에 초연해지고 싶습니다. 당신을 보니 저 자신이 비천해지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도 당신처럼 높은 정신적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물론 있지.” “한 가지만 미리 말씀 드리겠습니다. 도둑질을 그만두라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성자라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는 이 지방에서 꽤나 유명한 도둑입니다. 그래서 그들도 저를 잘 알고 있지요. 그 성자들은 저에게 항시 하는 말이 ‘당장 도둑질을 그만 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만 두려고 아무리 애써 봐도 안 됩니다. 그러니 제발 그 조건은 내걸지 말아 주십시오. 그 말씀만 안하시면 무엇이든지 따르겠습니다.”

 “자네는 진짜 성자를 만나보지 못한 것 같군. 그들은 아마 전직 도둑들인 모양이야.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이 도둑이라는 것에 왜 그렇게 신경을 쓴단 말인가? 원한다면 도둑질을 계속하게. 그건 자네의 사업이니까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이것이야. 자네가 원하는 데로 무슨 일이든 하되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네. 무의식적이고 기계적으로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되네.” “아, 그까짓 거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나는 보름 동안 이 사원에 머물 것이니 그 안에 다시  한 번 찾아오게나.”

 열흘 째 되는 날 도둑이 진땀을 흘리며 허겁지겁 달려와 말했습니다. “당신은 영악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도둑인 나를 죽였습니다. 열흘 동안 당신의 말을 따르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제 평생 이렇게 도둑질에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집안에 숨어들어 보석함을 열 때 저는 당신의 말을 기억하고, 그리고 저 자신을 주시했지요. 그런데 정신이 맑게 깨어나면 깊은 침묵에 빠져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제 모습을 주시하니, 도둑질로 물건을 훔칠 때 느끼는 짜릿한 맛과 전율도  느낄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손이 움직이지를 않았단 말입니다! 무의식적일 때에는 손이 움직였습니다. 그러다가 당신과의 약속한 것이 생각나서 다시 자각하면 물건을 손에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갖고 나오지 못했습니다. 열흘 동안 계속 이런 식이었습니다. 제가 깨어난 의식으로 주시하면, 제 모습이 마치 살금살금 곡식창고에 들어가서 곡식을 훔쳐 먹는 생쥐로 보이면서 비참해 집니다. 그러니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나가르주나가 말했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젠 자네가 선택하기에 달렸네. 의식의 자각을 버리고 도둑질을 계속하거나 자각을 유지하고 도둑질을 그만두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자네에게 도둑질을 그만 두라고 요구하지 않네. 가서 도둑질을 계속하게나. 깨어있는 의식으로 도둑질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신경을 쓰지 않겠네.” 도둑이 말했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열흘 동안 노력해 보았지만 자각이 있을 때에는 도둑질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둑질을 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자각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죽였습니다. 저는 당신의 손아귀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 자각을 포기 할 수 없습니다. 그 맛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것 보다 가치 있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황금도 다이아몬드 같은 보물도 저를 유혹하지 못합니다. 당신이 나를 죽이고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습니다.” 나가르주나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나를 성가시게 하지 말게. 다른 도둑들에게 가서 똑같은 것을 가르쳐 주게나.” 항상 우리 모두 깨어난 의식으로 자신을 주시 자각하며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한층 더 아름답고, 맑고, 밝은 평화로운 곳으로 변하리라 생각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 같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부정부패와 도둑 없는 세상과 시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