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수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퇴계의 휘는 황(晃)이요 자는 계호(季浩) 또는 경호(景浩)라 하고 호는 퇴계(退溪) 퇴도(退陶) 청량산인(淸凉山人) 영지산인(靈芝山人) 취병서거(翠屛居士) 서간병수(?澗病受)라 하고 본관은 진보(眞寶)이다.
선생은 1501년(연산군7) 음11월25일에 경상도 예안현 온계리(지금의 안동시 도산면 온혜동)에서 아버지 진사 이식(李植)과 어머니 순천박씨의 사이에서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식은 먼저 의성김씨 한철의 딸에게 장가를 들어 3남(潛.河.瑞麟) 1녀를 낳았는데 아들 하나 서린(瑞麟)는 성년이 되기 전에 죽고 의성김씨도 29세의 젊은 나이로 일찍이 서거했다. 그래서 순천박씨를 재취로 얻어 퇴계를 낳은 것이다. 그런데 퇴계가 태어난 지 불가 7개월 만에 당시 40대의 장년이던 아버지마저 돌아갔다(1502년 6월). 아버지가 7남 1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생계는 어머니의 차지였다. 이때 퇴계의 형인 잠(潛)만 겨우 장가를 갔을 뿐 나머지는 혼인 전이기 때문에 박씨부인의 책임은 더욱 무거웠다. 이에 부인은 스스로 농사를 짓고 누에를 쳐 생계를 유지할 뿐 아니라 자식을 교육시키는데도 열정을 다 쏟았다. 부인은 늘 세상 사람들이 모두 과부의 자식은 교육이 없다고 조소하는데 너희들이 글공부를 백배로 힘쓰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조소거리를 면할 수 있겠느냐 하면서 학문을 독려했다고 한다. 비록 배우지는 못했으나 식견이 넓고 총명해서 자식교육을 잘 시켰다. 뒤에 두 아들(濯滉)이 급제해 벼슬길에 오르자 문·예만 힘쓰지 말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며 현감 이상은 하지 말고 교만하지 말라고 늘 타일렀다고 한다. 이러한 어머니의 고매한 인격 때문에 퇴계가 대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조 석(碩 퇴계의 6대조)은 고려말 진보(眞寶)의 현리(縣吏)로서 사마시에 합격해 생원이 되어 일단 양반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고, 그 아들 자수(子脩. 5대조는) 고려말에 명서업(明書業)에 합격해(1330) 유비창 주부를 거쳐 1382년에 통훈대부 판전의사(判典儀使)에 올랐으며 퇴계의 아버지 식(植)은 진사시에 합격하여 이에 만족해야 했고, 일찍 돌아갔기 때문에 크게 성취하지 못했으나 퇴계가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은 6세 때 부터였다. 처음에는 이웃에 사는 노인에게 천자문을 배웠다. 아침이면 반드시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그 노인 집으로 가서 울타리 밖에서 전날배운 것을 두어 번 외운 다음 들어가 가르침을 받았다. 마치 엄한 스승을 대하듯 노인 앞에 공손히 부복해 가르침을 받았다.
12살(1512)에 형 해와 함께 숙부 우에게 논어를 배웠다. 퇴계는 1권을 마치면 1권을 완전히 외우고 2권을 마치면 2권을 다 외웠다. 이렇게 하기를 오래하자 3-4권을 읽을 때는 간혹 통쾌하게 깨닫는 곳이 있었다 한다.
퇴계는 글 읽기를 좋아해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도 반드시 벽을 보고 앉아서 골똘히 생각하고 특히 중국 도연명(陶淵明)의 인품과 시를 좋아했다. 도연명을 좋아한 것은 퇴계의 자연 사랑과 은둔하면서 학문에만 열중하라는 생활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17살(1517)때 퇴계는 형 해와 함께 경상도관찰사로 부임한 모재(慕齋) 김안국(金安國)을 만났다. 모재는 두 형제를 만나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책과 식량을 주어 청량산(淸凉山)에서 독서하게 했다고 한다.
20세 되던(1520) 때에 이해하기 어려운 주역을 침식도 잊고 너무 독실하게 연구하다가 몸이 마르고 쇄약해지는 병에 걸려 평생토록 고생했다.
다음 해(1521)에 진사 허찬(許瓚)의 딸인 김해허씨(1501-1527)와 혼인했는데 처가가 영주의 부자였는데도 처가살이를 하지 않았다.
퇴계는 의리의 행을 인성(人性)의 구현으로 생각했다.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인성중의 벼리(綱)이다. 무릇 이것들은 본래 선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애연히 4단(四端)으로 그때그때의 느낌에 따라 나타나는가 하면 어버이를 존경하고 형을 경애(敬愛)하고 친구는 신의로서 사기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으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