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앞 대목에 복숭아나무 정원에서 의형제를 결의하는 장면, 즉 도원결의(桃園結義)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옵니다. 도원결의 이것은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가 의형제를 맺은 것을 말합니다. 의리로 맺어져 죽음을 맹세하는 경우에 흔히 인용되는 문구입니다.

먼 옛날, 지금의 중국 땅에 세워졌던 후한(後漢)이 말기에 들어서면서 외척과 환관들의 발호로 정치는 문란해지고 사회는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많은 백성이 태평도(太平道)의 교조 장각(長角)의 깃발아래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누런 수건을 머리에 두른 황건적(黃巾賊)이 되어 한 왕실을 위협했습니다.

이에 당황한 조정에서는 황건적을 토벌하기 위해 의용군을 모집한다는 방(榜), 지금의 모집 공고를 각지에 써 붙였습니다. 어느 날 유비도 이 방을 읽어보고 긴 한숨을 쉬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장비를 만나 서로 동지가 될 수 있음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주막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세상 돌아가는 걱정하고 있다가 우연히 이 주막에 온 관우와 합석하게 되었습니다. 흉금을 털어 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 사람은 완전히 의기가 투합하여, 마침내 복숭아꽃이 만발한 유비의 집 복숭아밭에서 의형제를 맺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천지신명께 이렇게 맹세했습니다.

 “천지신명께, 우리 셋은 성은 다르지만 의형제를 맺기로 합니다.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아 위로는 나라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만백성을 편안케 하겠노라. 태어날 때는 모두 다르지만 같은 날에 죽고자 맹세합니다. 하늘과 땅의 신령께서는 굽어 살펴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다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이소서!” 맹세를 마치고 유비가 형이 되고, 관우가 둘째, 장비가 셋째가 되었다
이렇게 하여 서로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이들이 세운 촉(蜀) 나라는 조조의 위(魏), 손권의 오(吳)와 함께 삼국시대를 이루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봉숭아꽃이 만발하고 지방선거 한 달 여일 앞둔 선거철입니다.
 그래서 도원결의도 한창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군민을 위하여 의기투합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주판질에 따른 이합집산의 한 과정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목적을 위해 의로써 똘똘 뭉쳐지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도원결의 원뜻을 한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