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입장에서 신공항은 뜨거운 감자였지만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는 취지아래 백지화 선언을 감행했다.

영남권에서 손실을 입더라도 다른 지역으로부터 환영받는다는 이익 실현이 더 크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번 배경에는 신공항 백지화가 가져올 엄청난 후폭풍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논리를 앞장서 전파한 중앙언론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를 향한 영남권의 반발이 따랐지만 중앙의 신문· 방송 등은 정부의 결정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도권에선 쌍수를 들고 정부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지난달 정부의 신공항 입지평가 발표를 전후해 중앙의 방송과 언론 등이 쏟아낸 프로그램과 내용은 ‘적자뻔한 지방공항’ ‘국책사업 적자 허덕’ ‘신공항은 지역이기주의’ 등 이다.

신공항 백지화라는 김 빼기 기사도 모자라 정부의 선택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데 골몰했다. 영남권에 대한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에 힘입어 정부는 신공항 출구전략을 성공적(?)으로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출구전략이 필요한 곳은 정부가 아니라 영남권이다.

김해공항이 있는 부산권은 고민이라도 할 측면이 있지만 아예 퇴로가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현실적 대안도 없고, 지역민들이 받은 충격을 완화할 후속 방안 조차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표로 심판하자’고 외치는 목소리가 있으나 아직은 공허하다. 신공항이 무산되면 탈당이나 사퇴까지 할 것 같던 영남의 정치권에서는 이렇다 할 말조차 뱉지 못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자가 재추진을 촉구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수도권에서 눈 흘기면 어찌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방이야 어찌되든 지간에 정부는 참으로 잘도 빠져 나간다. 신공항 백지화는 지방의 문제를 지방이 먼저 깨닫고 해결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지방 살리기’ 프로그램을 짜고 실천하는 것도 지방의 피폐를 막는 하나의 방안이다. 신공항 백지화를 찬양하는 중앙의 언론이 지역신문시장의 80%를 지배하는 현실도 개선 과제이다.

하지만 신공항 백지화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이에 대한 타당성 심사와 평가가 왜곡·조작됐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전면 재검토 돼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것을 입증해 주듯 지난 6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박민식 의원이 주장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리가 있다.

2009년에 실시한 국토연구원 신공항 용역자료에는 가덕도는 인천공항과 비교해 소음 영향이 비슷하지만 점수는 절반밖에 주지 않았다.

안개 일수는 인천공항의 채 5분의 1도 안 되는데도 점수는 턱없이 낮게 주었으며 공역 항목 점수도 가덕도와 밀양이 거꾸로 나왔다. 짜 맞추기식 의혹이 짙고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평가로 밖에 볼 수밖에 없다는 대목이다.

정부가 평가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 2009년도 신공항 용역자료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수요는 구체성이 없이 추산으로 계산했고, 부적절한 축척 지도로 공사비를 산출했다. 당시 용역은 5개 후보지를 2개로 압축하기 위한 개략적인 것이었고, 보고서에도 '기초자료'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적합한 자료를 토대로 국가백년대계에 대해 내린 백지화 결론은 원천무효 하는 것이 옳다.

빗발치는 공개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금까지 2009년 용역자료를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말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사안이 이렇듯 이제라도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떳떳하게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평가항목별 가중치 적용과 채점이 어떤 기준과 자료에 의해 이뤄졌는지도 상세하게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그 길만이 정부의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영남권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

영남권 5개 시·도 국회의원들은 국정조사가 하루빨리 성사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신공항 입지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입증할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