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지면평가위원

공직에 요구되는 청렴성이나 종합적 능력과 무관한, 소위 선거바람에 좌지우지되는 민심을 출마자들은 쉽게 읽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맹자는 천하를 얻는 방법이 있으니,「그곳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게 된다.」그곳 백성을 얻는 방법이 있으니,「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그 백성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로 말하자면, 민심을 얻지 못하고서는 그 어떤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단체장·의원이라는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이다.
맹자는 민심을 얻는 방법도,「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아주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을 시키지 않으면 될 뿐,」이라고 간단 명쾌하게 정리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임금이 임금답지 못한 행동, 다시 말해 덕치를 시행하지 못하면 무력으로 타도하는 것도 허락된다는 ‘역성혁명’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중국 원나라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에서 유비는 덕장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물론 후대에 내려오며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다양한 재해석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비라는 인물을 통해 전달되는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는 역시「민심의 중요성이다.」돗자리 짜던 유비가 촉나라를 세우고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항상 백성을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유비는 조조와의 전쟁에서 십중팔구 패해 도망가는 길에도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 법이라며 백성을 먼저 챙겼고, 그런 유비 곁으로 백성들은 점점 더 모여 들었다. 천하를 얻기 위해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맹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또 하나의 교훈인 셈이다. 유럽 중세봉건시대에서는 군주가 국민과의 계약을 위반하면 ‘인민주권론’의 입장에서 자연법을 위반한 폭군에 해당되므로 강제로 몰아내도 된다는 폭군방벌(暴君放伐)론이 루소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군주에게 있어서 민심이 얼마나 중요하고 민심이반이 얼마나 위험한지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성의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민심이 원치 않는 일을 강행」한 적이 없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이런 질문 앞에서 당당한 정치인은 없지 않을까 싶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관은 ‘백성들이 있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때론 고의적인 여론도 만들어지기에 자신에게만 유리한 여론이 아니라 공명정대한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민관의 열린 귀가 이렇게 중요할진대, 하물며 민선 단체장에게는 제대로 된 민심의 청취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유력 단체장후보들을 포함한 선출직 후보자들에게 또 다시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민심을 정말 제대로 듣고 있는가? 혹여 민심과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미화하거나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민초들은 나 홀로 지도자는 원치 않는다. 매일 백성과 함께 고뇌하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유비의 모습처럼 전쟁에서 패배해 나눠줄 것이 없더라도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자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반(離反)한 민심을 들어줄 것이며, 제대로 된 행정을 통해 분노를 가라앉혀 줄 수 있을 것인가?

출판기념회는 돈 끌어 모으고, 세를 과시하는 것이 초점이다!
메이저 신문이나 지역신문 할 것 없이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여·야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출판기념회가 사실상 정치권의 지하경제이자 합법을 가장한 편법 ‘뇌물자금 모금회’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슬그머니 법안 개정 방침을 밝혔다. 책을 정가 판매하고 수입·지출을 중앙선관위에 신고하는 ‘윤리실천법안’을 발의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많다.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규제가 없다. 모금 한도도 없고 기부 한도도 없다. 회계 보고를 해야 하는 의무도 없고 출판기념회에서 모금한 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에 별다른 조항이 없다. 개인이나 단체가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아무리 많이 사거나 혹은 책 한 권 값으로 1억을 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출판기념회 참석자는 지역 주민과 지지자들이 많지만 고액을 내는 이들은 기업·공공기관·유관 단체들이다. 출판기념회를 감시·감독하는 기관도 없다. 선관위는 ‘출판기념회 개최나 모금 등에 법적 제한은 없으며, 선관위는 출판기념회 모금액이 정치자금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있을 때만 조사할 수 있다.’며 ‘정치인 후원회 계좌처럼 회계 보고를 받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상 공식 후원금에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면서 편법 모금 창구로 전락한 출판기념회는 규제하지 않는 것은 형평을 잃은 것이란 지적이 많다. 입구 봉투함에 들어가는 흰 봉투 속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봉투에 들어가는 돈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 안다. ‘전’만 펼치면 눈먼 돈이 들어오는 장사를 정치꾼들이 그냥 둘 리가 없다. 책값봉투는 좋은 말로는 출마에 대한 작은 성의이지만, 안면에 부딪히고 혹시 당선되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내는 ‘보험금내지 뇌물’이다. 출판기념회는 돈 끌어 모으고, 세를 과시하는 것이 초점이다. 애당초 책은 목적이 아닌 수단에 불과해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대필 작가가 쓴 책이 대다수다. 감동도 없고, 가슴에 새길 만한 것도 없다. 대부분 자화자찬 잡문의 자서전이다. 책의 값어치는 없지만 정가보다 몇 배, 몇 백배의 가격으로 단 하루에 수천 권이 팔린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독감처럼 선거철마다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턴다. 그러면서도 주민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하니 ‘양의 탈을 쓴 늑대’다. 문제는 정치인의 사고방식이다. 책을 우습게 여기고, 책을 돈 찍듯이 찍어내고, 출판기념회를 정치판으로 만들었다. 정치인들의 저술 활동은 당연하지만 책장사하는 출판기념회는 불필요하다. 엊그제 장인어른의 장례식을 생각해보니 그다지 효성이 지극하지 못했던 불효자들이 아버님의 시신을 놓고 문상객들이 오면 ‘아이고! 아이고!’하며 돈벌이 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