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논어 학이편(學而篇)과 양화편(陽貨篇)에 똑같은 공자의 말이 거듭 나온다.
공교로운 말과 좋은 얼굴을 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적다.(巧言令色 鮮矣仁)
 쉽게 말해서 말을 교묘하고 그럴 듯하게 잘 꾸며대거나 남의 비위에 맞추어 잘하는 사람, 그리고 생글생글 웃으며 남의 눈에 잘 보이려는 그런 사람치고 마음씨가 착하고 진실 된 사람이 적다는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인(仁)에 대해서는 한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공자처럼 이 인에 대해 많은 말을 한 사람이 없지만 공자의 설명에도 때에 따라 각각 다르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 말한 인은 우리가 흔희 말하는 어질고 착하다는 뜻으로 알면 될 것 같다. 어질고 착하다는 말은 거짓이 없고 참되고 진실하고 남을 해칠 생각이 없는 진실하고 고운 마음씨 정도로 풀이해도 무방할 것이다.
 말을 잘 한다는 것과 교묘하게 한다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교묘하다는 것은 꾸며서 그럴듯하게 만든다는 뜻이 있으므로 자연 그의 말과 실속 있는 마음이 일치될 리 없다. 말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진실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게 된다.
  좋은 얼굴과 좋게 보이는 얼굴과는 비슷하면서도 거리가 멀다. 좋게 보이는 얼굴은 곧 좋게 보이려는 생각에서 보기 좋은 얼굴로 겉에 나타난 표정이 자연 그대로일 수는 없다.
인격과 수양과 마음씨에서 오는 얼굴이 아닌 억지로 꾸민 얼굴이 좋은 얼굴일 수는 없다.
결국 교언과 영색은 꾸민 말과 꾸민 얼굴을 말한 것이 된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이 참되고 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한말이 다른 사람의 귀에 교언영색으로 들리지는 않았는지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다 같이 한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들이 매일 같이 하고 듣고 하는 말이 “교언” 이 아닌 것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우리들이 매일 남을 대할 때 서로 짓는 얼굴이 영색이 아닌 것이 있을지 그리고 우리의 일거일동이 어느 정도로 참되고 어진가를 돌이켜 보는 것이 어떨까?
논어(論語) 자로편(子路篇)에는 이를 반대해서 한 말이 있다.
역시 공자의 말이다. 강과 의와 목과 눌은 인에 가깝다.(剛毅木訥近仁)
강은 강직, 의는 과감, 목은 순박, 눌은 어둔(語鈍)을 말한다. 강직하고 과감하고 순박하고 어둔한 사람은 자기본심 그대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꾸미거나 다듬거나 하는 것이 비위에 맞지 않는 안팎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남을 속이거나 하는 일은 없다. 있어도 그것은 자기 본심에서는 아니다. 그러므로 그 자체가 인(仁) 일수는 없지만 역시 “인”에 가까운 성질의 것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