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지면평가위원

졸필을 쓰는 필부가 황송하게도 독자의 전화를 받고 밥자리를 했다.
“군민의 입장에서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논조(論調) 때문에 금요일을 기다리는데 왜 요즘 칼럼이 없느냐?”
칭찬인지 항의인지 모를 멘트와 함께 6·4지방선거 및 고성정치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소신을 들었다. 언론인은 아니지만 미래논단이랍시고 기고하는 필부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고성언론의 책무를 강하게 지적하며 고성정치현안을 피력했다.

【민선 20년 동안 군·행정을 정치인이 이끌어 오는 관계로 경력직공무원들이 군민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무직군수·의원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입맛에 맞추어 줄서기 하는 행정이 되었다. 민원행정서비스도 담당공무원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선출직들에게 얘기를 해야 해결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그러다보니 선출직으로서도 너무나 당연한 주민·행정연결 서비스를 해놓고는 주민들에게 무슨 큰 선심이나 은전을 베푼 것 같이 말한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정치인보다는 행정가를 뽑아, 지난 20년 동안 정치군수들이 들쑤셔 삐뚤어지고 흩트려진 행정을 바로세우는 군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정치인이 아닌 행정출신을 옹립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 시간에 무언가 해내겠다는 정치군수의 야심 때문에 실험실습장으로 산적한 고성을 돌아보자.
「동해면에 30만평을 매립하여 조선특구를 조성하겠다」는 어느 후보의 공약에「동해면에 조선소가 들어설만한 장소를 매립할 곳이 없다」고 말했던, 즉 준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조선특구는 부실한 업체를 유치하게 되었고, 그로인한 부도는 조선경기침체로만 탓한다. 또한 엑스포, 생명농업, 해교사부지, 공공건물의 유지관리 등, 군민의 이해를 이끌어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고성의 언론들은 출마자들의 공약이나 발언을 들추고 까발려서 군민들의 엄중한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특히 고성의 암 덩어리인 해교사 유치 혈세승인찬동을 역설하고 실패하면 ×××을 팔아서라도 출혈예산을 충당하겠다고 말한 그때 그는 누구인지? 끝까지 혹독하게 검정·추적보도하며 짚어주지 않는 고성언론들의 그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중은 어리석다 하지만 잃어버리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히틀러의 어록이나 냄비 근성의 우리민족은 웬만한 분노도 쉽게 잃어버린다. 하지만 언론이 공적인 분노를 상실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문제를 정치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도 안 되지만 한번쯤 고성정치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자】는 애끓는 군민의 하소연이었다.
사실 요즘 편 가르기 식 흑백논리로 전개되는 정치인이냐 행정가냐 하는 고성의 술안주꺼리 논쟁은 20년 정치군수들이 저질러 놓은 책임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밝고 맑게 전개되어 군민의 생산적 판단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언론이 그 책무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할 것이다.
차기의 고성군수는 5만6천 군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업무관리, 7백여 명의 공무원장악력, 3천5백억에 달하는 군 재정의 탄력적이고도 효율적인 집행 못지않게, 타성에 젖은 20년 정치군수의 관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소신과 청렴도, 고성군민의 뜻을 진보적인 방향으로 결집해내는 정치력 또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만 할 조건이다. 군민의 참여가 보장되고 새로운 군수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민의를 수렴하느냐에 따라 다시금 고성지방자치 행정의 진보와 후퇴가 시작된다. 지난 20년 동안 정치군수의 권위주의적인 구조와 관행 속에서 행정서비스의 질이 약화되고, 군민을 바라보는 공정한 행정문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편향적 발전 속에서 타 지자체에 비해 고성의 미래경쟁력이 자꾸만 뒤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각종 사업들 또한 환경이나 지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퍼주기 식 마구잡이 난개발과, 지역문화를 고려하는 여론 수렴절차가 생략되어 토론이 아닌 정치홍보로 진행되어 왔고, 그로인해 마땅히 군민과 함께 가야 할 행정이 군민의 불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고성지방자치의 행정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전시위주의 행정에서 벗어난 행정서비스와 군민복지정책을 강화하고, 단기적인 투자보다 미래의 고성을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도로보다 도로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으로 공공건물과 공장을 유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산업화와 환경, 그리고 우리 지역 고유의 정신문화를 함께 고려하고 발전시키는 진정한 행정일꾼을 뽑아야 한다. 당장의 평가와 차기를 의식한 정치적 인기에 치중하기보다는 행정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공개주의 원칙하에 큰 틀과 긴 안목으로 고성행정을 이끌어 갈 소신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
이제 정치군수 20년 행정을 냉정히 돌아볼 때다. 고성행정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 군민은 참여하고 있는가? 군민들의 숙원사업해결에 행정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공익보다 사익의 흔적은 없는가? 또다시 얄팍한 정치 논리에 휩쓸려 소중한 주권을 행사한다면 그 한 표는 풀뿌리민주주의 고성을 송두리째 박살내는 결과를 낳게 되고 말 것이다.
선거가 90일 남았다. 야당이 없는 고성도 문제지만, 보수당은 지방선거 압승을 위해 아직도 기초단체 공천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공천을 한다면 기준을 정확히 제시하고 주민참여를 폭넓게 보장하는 정당한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소신 없는 정치꾼들은 명예와 이익을 위해 군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며 이당저당 기웃거리고, 집권보수당은 살찌우기에 혈안이 돼 또다시 함량미달 마구잡이식 공천이 될까 두렵다. 군민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출발했던 기초의원·도의원 등 군 정무행정책임자들은 군 살림은 뒷전이다. 경조사와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해 얼굴 알리고 지지표를 얻는데 온갖 머리를 다 돌리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그동안의 의정활동으로, 내가 잘못된 예산을 승인·역설한 잘못이 있다고, 당당히 행정업적이나 공약실천으로 평가 받겠다고 나서는 후보는 없다. 국민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했는지 와 함량미달 자를 색출하려는 언론도 없다. 공익을 위한 후보들인가, 사익을 위한 후보들인가, 진정 누구를 위한 후보들인가 분간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군민들의 지방자치 무용론 소리가 벌써부터 들렸다. 그렇다면 고성은 앞으로도 희망이 없는가. 아닐 것이다. 깨어있는 군민의 선택이 남아 있다. 이제 마지막 희망은 군민유권자의 선거혁명인 것이다. 어느 ×이 되면 뭐하나 나에게 막걸리라도 한잔 사주는 ×이 제일이다. 어느 누가 나의 경조사에 왔고, 누구는 나의 동창인데, 나의 종친인데 등등 이런 벗어나기 힘든 사적인 정치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고성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해야 한다. 고성의 개발·교육·문화·환경 등 고성이 살아갈 터전을 내 스스로 책임지고 발전시키기 위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 고성을 이끌 선출직후보들이 행정개혁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지, 고성군의 경쟁력을 확보할 경영능력이 있는지, 살아온 과정에서 후보의 봉사·희생정신은 어떠했는지, 정의를 위해 소수약자의 편에서 목숨과 직책을 담보할 수 있는지, 고성의 개발과 환경보존을 조화시킬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 이러한 군민의 올바른 판단을 도우기 위해 언론이 후보의 홍보에 치중하기보다 혹독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 또한 이번 6.4 지방선거를 아름다운 축제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군민의 성숙된 의식과 사회단체들의 공정하고 책임 있는 참여가 절실한데도 특정의 관변단체들만 보이니 걱정스럽다. 이제라도 고성사회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에 대한 고성의 봄꽃을 연출하는 후보가 누군지 섬뜩한 두 눈으로 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