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재 고성문화원사무구장

고성군민의 허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남산공원. 그 입구에는 오래된 빗돌이 일렬로 서서 공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겨준다. 빗돌에는 한자로 선정비(善政碑) , 영세불망비(永世不忘碑), 거사비(去思碑), 휼애비(恤愛碑), 유혜비(遺惠碑) 등의 비문이 새겨져 있어 빗돌 하나하나마다 사연과 업적을 담고 있다.
 이 빗돌들은 당초에 고성군청과 그 주변 도로에 있었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고성군청이 동헌이었던 까닭에 고성의 현령이 부임하여 발령을 받아가면서 그들의 치적을 기리는 비석이 자연스럽게 동원과 그 주변에 세워졌던 것이다.
 동헌이었던 고성군청을 확장을 하고 주변 건물과 도로가 넓혀지면서 그곳에 있던 비석을 방치할 수 없어 이곳 남산입구로 옮겼다. 빗돌을 옮긴 사유가 명문이다.

비를 옮겨 세우면서

                  나라와 이웃을 사랑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현제끼리 우애한 옛 얼을 되새기기 위하여
                 뉘 돌보는 이 없이 빗물에 씻기고 바람에 넘어져
                 이 저에 버려져 있던 옛 님의 얼들을 아로새긴 빗돌을
                 여기 한 자리에 옮겨 세웁니다.
                        1972년(단기4305)  개천절
                              고성군수  허 직

 빗돌을 옮겨 세우게 된 사유가〈뉘 돌보는 이 없이 빗물에 씻기고 바람에 넘어져 이 저에 버려져 있던 옛 님의 얼들〉을 방치할 수 없어 남산공원으로 옮겨 세웠다고 했다. 잘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보다 잘한 일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이곳 남산으로 빗돌을 옮겨 온 것이 1972년, 공적비를 옮겨 세웠을 뿐이었지 어언 반세기가 흘렀으나 비문에 대한 상세한 해제가 없어 남산을 오고 가는 이들이 비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음을 늘 안타깝게 여긴 고성문화원에서 지난 해 12월에 빗돌 하나하나마다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한글해제를 알기 쉽게 풀이를 해 놓은 일이 바로 그것이다.
 남산 입구에는 삼도수군통제사의 비문이 5개, 순찰사 비문이 1개, 고성의 현령이나 부사 및 군수의 비문이 15개, 암행어사 비문이 1개, 안의현감 비문이 1개, 참봉 비문이 2개, 열녀비문이 1개 등 모두 26개의 비문에 따로따로 해제를 하여 남산을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남사모’회원들로부터 다들 참 잘한 일이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이제 남산에 새로운 볼거리가 하나 추가되었다. 고성군민의 유일한 휴식공원인 남산을 오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비문 하나하나에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선인들의 공적비문을 읊조려보고 그들의 충절과 선행을 가슴에 새긴다면 남산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