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 고성문화원 이사

세월은 쏘아놓은 화살과 같다더니, 참으로 빠르게 흘러갑니다.
역동적인 힘과 패기로 거침없이 달리는 천리마를 뜻한다는 갑오년 청마의 해도 벌써 1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느 듯 봄이 왔음을 알리는 입춘(立春)을 떠나보낸 2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적 삶은 그렇게 역동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연초부터 유행한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닭과 오리 사육농가는 눈물을 삼키면서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 온 닭과 오리를 살 처분해야만 했고, 원유가 유출된 여수와 서해안 어민들은 파도마저 삼켜버린 진흙 같은 기름띠를 한숨과 눈물로 닦아내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후마저 수상하여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지역에는 60여년 만에 1m가 넘는 폭설까지 내렸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교통 두절은 물론 공장과 축사가 무너지는 가하면 집도 매몰되어 그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볼 때 마음이 아프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차에 올해엔 6월4일 지방 선거까지 있어, 연초부터 지난 해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 공천 배제’ 실행 여부 등을 비롯한 정치 현안 등으로  정치권과 나라는 온통 어수선합니다. 이에 가세한 언론 매체들... 특히 영상매체들은 그리 잘하지도 못하는 정치에 관한 프로그램 편성에 치중한 방영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 매체 중 대부분의 종편 방송사에서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만 초청하여 편파적인 토론과 대담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니 시청자로서의 균형과 중심 잡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기에, 객관적인 공정한 사실만 보도하면 좋을 텐데 주관을 가미한 분식된 사실과 정보를 마구 제공하여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차 무의식으로 사고력과 판단력의 균형과 중심을 읽게 되어가기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그래서 TV를 많이 보면 바보가 된다고 하여 바보상자라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건들은 이들이 연출하고 보도에 호도되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가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평정한 마음으로 균형과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행복한 삶에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뜻에서, 어느 때 읽은 장자(莊子)께서 두 젊은이와 주고받은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 합니다.

‘한 청년이 어떤 사람을 도둑놈이라고 몹시 악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장자께서는 잠자코 듣고 계시다가 말씀 하시기를 “그 사람은 악기를 잘 다루지 않는가?” 하고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다른 한 청년이 장자의 말에 힘을 얻은 듯이 그 사람의 좋은 점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습니다.  이를 묵묵히 듣고 있던 장자께서는 “그렇지만, 그 사람은 도둑놈이잖아”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두 청년은 장자의 양면적인 태도를 이상히 여겨 물었습니다. “장자님께서는 어느 쪽이십니까? 긍정입니까, 아니면 부정 입니까?” 그러자 장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나는 어느 쪽도 아니야. 그저 균형을 잡고 있는 중이야. 그저 중심을 잡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장자가 사신 시대보다 훨씬 복잡 다양하여 참으로 균형과 중심잡기 힘듭니다.  각종 매스미디어의 물결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는 진실은 숨겨지고 가식적인 이미지만 떠다니기 때문입니다.  ‘싫다고 베어 버리기 시작하면 풀 아닌 것이  없고, 좋다고 취하려 들면 모두가 꽃이요 화초다.’ 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