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 고성JC특우회 회장

 ‘그 추웠던 겨울은 지나고 / 따뜻한 봄이 오면 내 님도 나를 찾겠지 /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 따뜻한 봄이 오면 그님도 나를 찾겠지 / 헬로아 헬로아 꽃들은 / 헬로아 헬로아 어디에’

왕년의 톱가수 장미화의 노래다. 지금의 청장년은 봄이면 한 번쯤 흥얼거려 봤음 직한 봄노래다. 고혹한 시(詩)보다 마음에 훨씬 짙게 와 닿는 것을 보면 “내 감성의 본질은 싸구려구나”하는 느낌이 오히려 상쾌하다. 
 사람의 일생 중 겨울은 죽음, 허무 그리고 남은 이의 추모, 애절함뿐이다. 하지만 계절은 소생과 청춘의 새 인생을 되돌려 맞이할 줄 안다. 도무지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에 불과할 듯 연두 싹을 태워 성하의 녹음 활활 태우다, 가을엔 쉼 없이 달려온 지난날 되돌아보라며 붉은 얼굴 젖다가 황량한 겨울엔 무덤 같은 뼈만 남기고 마는 것이 ‘사계’ 아닌가. 100세 시대, 100번을 가르쳐 주는 사계절의 스승이 있는데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사람이다.

 ‘따뜻한 봄이 오면 내 님도 나를 찾겠지’…. 기다림이다. 옛사랑의 그리움 없는 사람은 엄마 아빠 자격미달이다. 왜냐하면 그리움의 유전자를 지우고 자식에게 전할 메시지는 파괴와 절망뿐이기 때문이다. 창가 무심히 데려다 놓은 화분을 보라, 지금 연두의 사랑이 움트고 창 너머에는 그리운 임이 오고 있을 것이다. 언제 와도 오고야 마는 것이 ‘내님’이라고 보면 ‘그님’은 현실에서는 올 수 없는 상상의 그리움이다. 그렇지만 그리움의 맛은 내 님의 것보다 그 임의 것이 맛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감미롭게 잘나가다가 산발한 ‘장미화’가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헬로아, 헬로아”를 외칠 때는 잠시 짜증이 난다. 도무지 반전의 미학이라 붙이기에는 사뿐히 천한 사대주의적 느낌이 옥에 티다.
 아지랑이 눈부셔 화려한 봄날은 너무 짧다. 화무십일홍이라고 꽃도 십 일 넘기기 어렵다. 인생은 추악하고 짧다.  청춘은 아름답고 짧다. 봄은 오는 줄 모르게 가고 만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피우면 지게 한다는 맹세가 얼마나 처절하기에 ‘알뜰한 그 맹세’라고 했겠나. 자연의 위대한 질서 봄날은 명세컨데 간다.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고 실없는 기약에 봄날은 간다’.
 실없는 기약은 거짓 약속이며 그래도 은근슬쩍 기대하는 구석이 있다면 봄날은 잔인하다. 나이가 들면 그런 잔인함의 편린조차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오늘! 지금, 봄 하늘 멍 때려 옛사랑 한번 그려봄이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매서운 추위 안에 숨은 봄바람이 스멀스멀 기어 나뭇가지에 타면 꽃봉오리 틔우고 가슴에 닿으면 울컥울컥 그리움이 괸다.
 금방 갈지언정 온전한 봄이 대지를 점령하고 사람들 가슴마다 꿈과 희망이 점령하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