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가정의 교훈을 정훈(庭訓)이라고 한다. 특히 아버지가 그 아들에 대해 가르친 교훈을 말하게 된다. 가정교훈이란 말이 약해져서 ‘정훈’ 이 되었다고 생각해도 틀린 것은 없다.
그러나 이 말은 가정이란 약해진 것이 아니고 글자 그대로 마당이니 뜰이니 하는 뜻으로 쓰여진 것이다.
 논어 이씨편(李氏篇)에 있는 공자와 그 아들 백어(伯魚)와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에서 생긴 말로 거기에는 다만 백어가 빠른 걸음으로 뜰을 지나갔다고만 나와 있을 뿐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진항(陳亢)이란 공자 제자가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물었다. “당신은 아버님으로부터 뭔가 특별한 가르침을 받은 일이 있습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언젠가 혼자 서 계시기에 빠른 걸음으로 뜰을 지나고 있는데 시(時)를 배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때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했더니 시를 배우지 않으면 남과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돌아와 시를 공부 했었지요. 또 언젠가 혼자 계실 때 빠른 걸음으로 뜰을 지나가고 있는데 예를 배웠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배우지 못했다고 했더니, 예를 배우지 못하면 세상을 올바로 살아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돌아와 예를 배웠지요. 이 두 가지로 가르침을 들은 것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자 진항(陣亢)은 물러나와 사람들을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나는 한 가지를 물어서  세 가지를 얻었다. 시(時)에 대해 듣고, 예(禮)에 대해 듣고, 그리고 군자가 그 아들을 멀리하는 것을 알았다.
  옛날에는 아버지가 직접 자식을 가르치는 것을 피했다. 이른바 역자이교지(易子而敎之)라는 것이다. 백어(伯魚)도 다른 곳에서 공부하고 있었음을 이로써 알 수 있다. 그러나 뜰을 지나가는 아들을 불러 세워놓고 그에게 시를 배우라하고 예를 배우라 한 것은 간접적인 가르침을 내리고 있는 예다. 즉 자식을 뜰에서 가르친 것이 된다.
그래서 뜰에서 가르치는 것이 가정교훈이란 말이 성어(成語)로써 쓰이진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