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논설위원

지난 7일 우리 고장 고성이 낳은 히말라야 등정의 영웅 엄홍길 전시관에서 엄홍길과 함께하는 거류산(해발570.5m) 등반대회가 열렸다. 추위가 한창인 대설 절기임에도 이날따라 봄날같이 따뜻한 날씨는 산길을 가득 메운 등산객들에게 멋진 산행을 축하해주는 선물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열린 식전행사에서 군수를 비롯한 기관장들의 인사와 축사가 이어지고 특별히 거류산을 명품산으로 가꾸기 위해 수십억의 예산을 확보하여 둘레길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하여 군민들의 거류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대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날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희말라야 등정의 영웅 엄홍길과 함께하는 산행이었다. 영웅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땀을 흘리며 걷기도 한 등반대회가 보통사람도 평소 자신이 하는 일에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르쳐준 점에서 더욱 뜻 깊은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우리 고장이 낳은 영웅은 함께 산행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 띤 모습을 잃지 않았으며 친절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여주어 더욱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영웅이었다.
 거류산 경관은 사방 어디에서 보아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고성의 명산으로의 품격을 높이는 의미에서도 거류산의 둘레길 건설은 참으로 적절한 문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산 전체의 조망위치로는 당동의 면사무소 근처에서 정상인 옥녀봉 좌우에 솟아있는 모습이며 동쪽 산등성이에 거북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꼭대기로 오르는 정상의 형세가 절경으로 꼽을 수 있다. 엄홍길 전시관이 있는 월치 마루 근처에서 솔밭이 늘어선 등산길을 오르면 동쪽으로 푸른 바다와 남해안의 그림 같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닥들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고 소가야의 옛 도읍지인 고성읍과 남산의 모습이 보이고, 북쪽으로 당항포 전승지와 당항포 대첩을 승첩으로 이끈 속시개와 간척지의 호수와 같은 바다가 눈길을 유혹하고 있다. 남쪽으로 떡 버티고 서있는 벽방산은 우리 고장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여름에 태풍을 막아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민들에게 수호신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만약 거류산 둘레길이 건설된다면 벽방산 등산로와 이어지는 기반시설을 함께하여 둘레길 자체의 다양한 볼거리를 더 많이 공유할 수 있게 시설 되어야 할 것이다.
 거류산이 산등성이를 사이에 두고 더 높은 벽방산을 두고도 고성의 주산으로 자리매김한 원인을 살펴보면 소가야 시대에 태조산으로 불리운 이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한발(가뭄)이 아주 심했을 때 고성의 각 고을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징을 치고 꽹과리를 울리면서 명당으로 알려져 있는 무지개 터에 해골을 파내고 기우제를 지낸 후 하산을 할 무렵이면 으레 소나기가 쏟아졌던 영험들이 거류산을 더욱 신령한 명산으로 자리하는데 기여했을 것이리라.
 거류산의 또 다른 명소로는 산중턱에 자리한 장의사의 경관이다. 당동만 앞바다의 푸른 물길이 해뜰녁 은빛을 발산하는 모습은 불가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는 듯한 신비로운 모습이며 원효대사가 은거하며 수행을 했다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사찰 뒤 대밭 사이로 자생한 녹차 맛이 국내의 어느 차 맛보다 띄어나 전국의 녹차 동호인들이 부러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거류산 계곡의 맑은 물에 맛있는 차를 다려 마실 수 있는 기대도 함께 해본다. 또 하나 산행을 하는 동안 등산로가 깨끗하게 정비된 모습을 보고 거류면사무소 직원들과 관계자 여러분의 거류산 사랑 실천에 대한 노고에 치하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