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지면평가위원

2014년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도 기초단체 공천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초의회 스스로의 자율성을 해치는 제약은 정당을 통한 중앙정치의 개입이다. 기초의회에 대한 중앙정당의 개입 또는 영향력 행사의 문제는 주로 기초의회 의원의 공천과 관련되어 있다. 기초의원의 공천제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두 가지의 대립적 주장이 있다. 하나는 공천제의 폐해에 초점을 두면서 정당 공천제를 배제하거나 제고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기초의회도 지방차원의 정치적 장이니만큼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정당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기초 생활정치에 대한 정당의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정당공천제가 기초의회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을 지역구 국회의원의 가신(졸병)으로 전락하게 만들어, 결국 지방 기초생활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그 제시한 양쪽의 논리를 들어보면, 첫째, 중앙정당이 정당공천을 통해 기초의회에 통제력을 행사하여 기초의회까지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그 결과로 기초의회가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생활 정치의 장이 아니라 권력중심의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전락한다는 논리다. 둘째, 현재와 같은 정당의 전국적 지역분할 구도에서 정당공천은 기초의회도 하나의 정당이 특정지역의 집행기관과 입법기관을 독점하게 만든다. 따라서 지방차원의 생활정치라는 현상은 실종되고,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한 행정과 정책보다는 중앙정치(국회의원)의 의사에 따라 행동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논리다. 셋째, 공천은 후보자의 개인적 능력이나 정치적 신념과 관계없이 정치적 충성, 또는 금전적 거래를 통하여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금권선거의 부패를 낳는다. 정치헌금과 공천의 밀착은 신진 정치인의 진입을 어렵게 함으로써 기초의회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와 반대로 정당 공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천이 없을 경우 지방호족들의 폐해가 더 커진다. 따라서 기초의회에 대한 정당의 참여문제를 책임정치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지방자치는 정치 중립적인 행정이 아니라 지역차원의 가치 배분을 결정하는 지방 기초생활정치의 장이며, 때문에 현재 여러 부작용이 있더라도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의 참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략적으로 이상과 같이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과 관련된 상반된 견해는 황희 정승의 말대로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아’ 모두 나름대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그르므로 그에 대한 절충의 형태로, 우리군민들의 여론도 책임정치의 역할이 좀 더 요구되는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정당 공천을 허용하되,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안을 다루는 기초의회에서는 정당공천을 배제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정당공천을 배제하느냐, 유지하느냐, 또는 절충방안을 모색하느냐의 문제가 우리 고성의 기초정치 현실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현상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현재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중앙정치에 대한 기초의회의 종속이라는 현상은 정당공천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당정치와, 공익보다 사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양심을 배반하는 유권자들의 손가락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정치의 장인 기초의회의 정치 또한 우리나라 정당이 먼저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고, 유권자들의 손가락에 양심을 주입할 때만이 공익에 투철한 브랜드상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