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극기(克己)는 자신을 이긴다는 뜻이다. 원래는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붙어있는 말을 ‘극기’라는 두 글자만을 떼어서 쓰게 된 것이다. 논어 안연편(顔淵?)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며 자기의 도통(道統)을 이을 사람으로 믿고 있던 안연이 인(仁)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한 말이다.
 나를 이기고 예(禮)에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 하루만 나를 이겨 예(禮)로 돌아가면 천하가 인으로 돌아온다. 인을 하는 것은 내게 있다.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爲仁由己 而由人乎哉)
 이 ‘극기’와 ‘복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그러나 대개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이성(理性)으로 인간의 육체적인 욕망을 극복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고 복례의 예(禮)는 천지만물의 자연을 말하는 것으로 무아(無我)의 경지를 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학에 나오는 격물치지(格物致知)란 것도 결국 이 극기복례와 같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뒤이어 하루만 극기복례를 하면 천하가 다 인으로 돌아온다고 한 말은 육신으로 인한 모든 욕망이 완전히 살아지고 무아의 경지가 하루만 계속되게 되면 그때는 천하의 모든 진리를 다 깨달아 알게 된다는 이른바 성도(成道)를 말할 것이라 볼 수 있다.
 공자는 인이란 말을 도(道)란 말과 같은 뜻으로 사용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많은 제자들이 이 ‘인’에 대해 질문을 해 왔지만 그때마다 공자는 각각 그들의 정도에 따라 다른 대답을 했다. 안연에 대한 이 대답이 가장 인의 최고의 경지를 지적한 것으로 생각된다.
 공자는 또 다른 곳에서 제자들을 놓고 이렇게 평했다. “안연(顔 淵)은 석 달을 인(仁)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 나머지 사람들은 혹 하루에 한번 한 달에 한번 잠시 인에 이르를 뿐 깊이 행하지 못했다. 하루를 계속 무아의 경지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면 한 달도 석 달도 계속 될 수 있는 일이다. 석 달을 계속 무아의 경지에 있는 안연이라면 그것은 아주 성도한 성자의 지위에 오른 것을 말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공자의 위와 같은 대답에 안연은 다시 그 구체적인 것을 말해 달라고 청했다. 여기서 공자는 말하기로 “예(禮)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非禮不見)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非禮不廳) 예가 아니면 말도하지 말고(非禮不言)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도 말라(非禮不動)”고 했다. 불경에 있는 문자를 빌린다면 인간의 모든 감각인 육식(六識)을 떠남으로써 참다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안연의 성도(成道)의 경지를 말한 것으로 보이는 것에 이런 것이 있다.
“‘자한편’에 보면 안연이 혼자 이렇게 탄식해 말하고 있다. ‘바라볼수록 높고 뚫을수록 여물다. 앞에 있는 것만 같은 것이 홀연 뒤에 가있다.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둘 수가 없어 내 있는 재주를 다한다. 무엇이 앞에 우뚝 솟아 있는 것만 같아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를 않는다.’ 극기복례의 공부를 시작한 뒤 석 달을 안에 벗어나지 않던 그 때의 일이다.”라고.
 이 말은 보리수 밑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석가모니의 성도의 과정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쓰고 있는 극기는 극히 초보적이고 또 극히 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예수(預修)께서는 사람이 죽으면 천당으로 올라간다고 하였고 석가(釋加)모니께서는 사람이 죽으면 극락(極樂)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인자(仁者)는 필행효도(必行孝道)하고 또 인자는 상수(上壽)한다고 공자(孔子)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