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갑 고성미래신문지면평가위원

열린 행정, 위민행정, 이 말은 군민이 고객이요 주인인 행정의 모든 정보는 공개·공유해야하며 공무원들은 군민들을 위하여 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고비용이 집행되는 행정사업에 대하여 평범한 주민이 정보공개를 요구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면, 의아스러운 눈으로 움츠려들며 깊이 있는 정보공개를 안하려고 온갖 인적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은근히 방해하는 현실이다. 이것은 민주주의 지방자치의 악용·역행하는 것이다. 설사 공개를 통하여 시끄럽더라도 도둑질 해먹은 것이 없고 당당하다면 공개 못할 것이 없다.
행정의 고급정보가 담당공무원이나 사무관·의원 당신들의 것인가? 우리는 힘겹게 쟁취한 지자체란 민주주의 나무를 어떻게 지키고 또 가꾸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 민주주의란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비단 미국혁명기나 프랑스 혁명 시기에만 적합했던 말이 아니다. 바로‘탁’치니‘억’하고 죽었다는 우리의 얼룩진 1987년 이전의 군사정권이나, 오늘날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민주화의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뿌리를 내리거나 더 자라기 위해서 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과일을 섭취하는듯하면서도 먹어보지 못한 것이어서 그런지 그 맛을 잘 모르거나, 지속적이고도 더 낳은 민주주의를 향유하기 위한 피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아름다운 것은 서민대중 평범한 사람들이 높은 지위와 부를 독점한 사람들의 조직적인 억압과 저항을 무릅쓰고 아주 힘겹게 쟁취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를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으로 보는 안목이 중요한 이유는, 민주주의는 그것을 쟁취하거나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목숨을 담보로 민주주의를 외치며 피를 뿌린 오늘날의 민주주의! 그것은 오직 그것을 얻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다. 세계도처에서 자신의 나라를 민주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의 처절한 투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며, 동시에 아직도 지구상에 많은 비민주국가들이 존재하고 있는 이유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민주주의 발전은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필연적인 법칙에 따르지도 않는다. 어렵게 성취되었다가 허무하게 무너져버릴 수 있고, 안정적이고 성숙한 단계에 진입했다고 방심하는 순간 안으로부터 타락할 수 있는 위태로운 성취물이다.
퇴행과 붕괴, 부패와 위기의 가능성은 민주주의가 지닌 숙명적인 불안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민주주의를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한 민주주의를 가장한 권위주의로부터 진정한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네 민주주의 지방자치가 심한 중병으로 곪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를 통한 성공적 지방자치를 위해서 전통 보수보다는 수구??출신이 더 많은 우리지역이야말로‘시민교육’을 통한 참여로서의‘시민행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덕스러운 민주시민 양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민주적 이상사회는 시민들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자동적으로 성취되지 않는다. 그것은 확신과 의지와 더불어 올바른 의식과 태도를 갖고 적극 참여하는 시민들만이 성취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덕스러운 민주시민의 양성은 민주적 이상사회 건설의 알파와 오메가인 것이다. 지방자치가 20년이 되었지만 그들만의 리그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은 지방자치가 시작되는 기점으로 권위주의가 물러간 자리에 시민사회의 힘이 그 공백을 메꾸지 못하고 관료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자치가 민주국가 민에 대한 불투명하고 억압적인 경제적 정치적 실체로 작동하지 않도록, 또한 최소한의 합리성과 건강성을 위해서 어용의 관변사회단체를 통한 정체된 지방자치를 넘어서 시민사회단체를 육성·강화해 나가는 대행진의 시대가 되어야한다. 진정한 민주시민 속에 2014년 진솔한 민주지방정치권력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꾼들은 혐오하지만 아직도 이 고성을 이끌어 갈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정치에 꿈을 꾸는 자들은 군민위에 군림하는 불투명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박차고, 들끓고 있는 군민의 여론이 무엇인가를 정직하고 창조적으로 수용해서, 새로운 질서를 깔아 조화의 예술을 보여줄 수 있는 존경받는 민주지도자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