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과부란 말을 듣기 좋게 말할 때 미망인(未亡人) 이라고 한다.
미망인은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이다. 남편을 따라 죽어야 마땅할 사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뜻이니 따지고 보면 실례가 되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말은 말자체가 가지고 있는 뜻 보다도 일반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뜻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 실례가 될 것 같은 말이 홀로된 부인을 가리키는 품위있는 말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춘추자씨전에 보면 장공(壯公) 28년 기원전 866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등재 되어 있다. 초나라 재상(宰相)의 자리에 있던 자원(子元)이 탄 사람이 죽은 문왕(文王)의 부인 문부인(文夫人)을 유혹할 계획으로 부인이 살고있는 궁전 옆에 자기 관사를 호화스럽게 건축하여 거기에서 은(殷)나라 탕(湯)임금이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질탕하고 음탕한 만(萬)이란 춤을 추게하며 방탕한 음악을 울려 여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문부인은 그 음란한 음악소리를 듣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선부군께서는 이 춤의 음악을 군대를 조련할 때에 쓰시곤 했다. 그런데 지금 자원(子元)은 이것을 적국(敵國)을 치기 위해 쓰지 않고 이 미망인의 마음을 흔들려고 하고 있으니 또한 이상하지 않은가(今令尹不心敵國 而於未亡人之側 不亦異乎)하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자원의 음흉한 야심을 눈치 채고 한 말이었다.
  자원은 즉시 춤과 음악을 걷어치우고 말았다. 그녀를 유혹해서 계획하는 반역 음모에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인데,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는 분명 과부된 여자가 자신을 낮추어서 죽지 못하고 살아있는 몸이란 뜻으로 쓰고 있다. 이밖에 좌전에도 몇 군데 쓰여진 곳이 있는데 어느 것이나 자기를 낮추어서 쓰여졌다. 남에게는 쓸 수 없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