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찬 고성jc특우회회장

함정단속은 반칙이다. 요즘 대한민국 고속도로는 99% 예측 가능이다. ‘과속단속’ 표지판 뒤 어김없는 카메라. 국격 상승이라 해도 무방하다. 국민 행복도 그런 작은 예측 가능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양대군과 김종서’ 그리고 시계 제로의 정국에는 반드시 국민을 현혹하는 무리가 창궐하기 마련인데 그것이 영화「관상」이다. 사람의 얼굴을 보면 어느 정도 살아온 과거는 점칠 수 있다지만 미래를 점친다는 것은 일종의 사기다. 하지만 성실한 노력과 의로운 심성, 그리고 예측 가능한 사회적 시스템이 합치하면 통 불가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역사 이래 국가와 정치가 지향하는바, 예측가능성이며 그 형태가 각종 ‘법률’, ‘예산’ 등으로 표출된다.   의원에게 비싼 돈 들여 그런 일 하랬더니 도무지 싸움만 일삼고 국민 피로감이 극치임에도 아랑곳없이 일은 하지 않는다. 헛된 돈이 아까워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다. 
 영화 ‘관상’의 클라이맥스는 관상쟁이 아들의 죽음이다. 하늘이 무너진 죽음(天崩)보다 더한 슬픔이 아들의 죽음일진대, 눈알이 빠져 가슴에 화살이 박혀 죽은 아들. 하늘도 땅도 아닌 자신의 가슴밖에 묻을 곳이 없다. 시정잡배에서 왕까지 관상을 봐주다가 진즉 자신의 관상은 못 본 것이다. 시위는 수양대군이 아닌 자신이 당긴바 다름없고 화살은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로 온 것이다. 한마디로 “남의 운명 갖고 장난치면 안 돼”라고 시사한다.
 명리, 토정비결, 사주관상이 모두 나름의 철학이 있고 과학이라고도 한다. 근래 우후죽순 늘어난 각종 리서치, 즉 여론조사도 과학이라고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잇속을 채우고 국민의 선량한 의사를 왜곡하는 시대의 또 다른 관상쟁이가 ‘리서치’라는 탈을 쓰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자기가 겨눈 총구가 되돌아 자기에게로 향한 줄 모르는 사람 말이다.
 객관성이 의심스러운 여론조사의 공표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혀 판단을 오히려 저해한다. 그리고 상대 후보는 피를 말려 죽이는 형상이 된다.
 여론조사의 결과 공표에는 반드시 질문내용도 첨삭 없이 그대로 공표해야만 정당성이 인정될 것이며, 열악한 지방신문의 경제 여건상 여론조사를 공짜로 해줄 형편도 못 된다. 분명 비용 출연자가 있을 것이고 질문내용에는 사향(私香)이 들어가기 마련 아닌가? 뻔한 관상쟁이가 허용되는 만만한 고성이 되어서 안 될 것이며, 남의 관상 갖고 놀려면 송강호가 나오는 관상영화를 꼭 추천하고 싶다. 관상하고 여론조사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더욱 봐야 할 영화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정책의 방향타가 되며, 어두운 유권자의 판단에 빛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엌에 있어야 할 칼이 강도에게 들리면 무기가 되듯이, 공정한 조사와 공정한 보도, 투명한 예산을 수반하지 않은 막가파식 여론조사는 오히려 시계(視界) 제로(0)이며 예측가능성을 위장한 공멸의 길이다.
부디 대한민국 고속도로 같은 시원한 시계의 내일이 오도록 발전되고 성숙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