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부 고성문화원 이사

12시 20분경에 점심을 먹습니다. 식당 대문 양쪽 문설주에 청사초롱 홍사초롱이 걸린 선비촌 식당입니다. 주 메뉴는 한식입니다. 이곳은 소백산 자락의 산촌이라 반찬은 산채나물을 비롯한 채소류가 주종인데, 정갈하고 담백한 식단입니다. 해산물은 구운 고등어뿐입니다. 짭짤하게 소금기가 많은‘안동간고등어’인 것 같습니다. 과거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 지방인 안동에서는 싱싱한 생선을 구경 할 수가 없어, 오직 소금에 절여 저장된 고등어 같은 고기를 사서 찌개나 불에 구워 먹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간고등어가 인기를 누리게 되어 오늘에 와서는‘안동간고등어’라는 브랜드로 유명해지게 된 것입니다.참나무 숯불에 노릿노릿 구워진 안동간고등어는 걸쭉한 이곳 인삼동동주 안주로는 제격입니다. 점심밥도, 안동간고등어도, 인삼막걸리도 맛이 참 좋습니다. 금상첨화(錦上添花(덧말:금상첨화)) 격으로 동갑인 박외숙 친구가 살며시 웃으며 “최 쌤, 고등어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더하고, 잘 기록하여 한 부 줘.” 하며 대포잔에 남실남실 가득 담아 한 잔 권합니다. 아 끝내주는 술맛이여, 입안에 가득 감도는 인삼의 향기여, 아름다운 주석이여!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金剛山食後景)했듯이 점심을 하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허기(虛氣)진 몸에 생기(生氣)가 기똥차게 돕니다. 식사를 마치고 선비촌 견학에 나섭니다. 소수서원과 인접한 선비촌은 야산을 등지고 죽계천 변에 형성된 민속촌입니다.

 이곳에는 고대광실(高臺廣室)과 고래 등 같은 웅장한 둥근 통나무 두리기둥 공신의 저택과 통나무 사각기둥 기와 사대부집, 초가지붕의 농가, 초라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오두막집 등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이런 집들과 생활용품 가구들은 이곳에 살았던 다양한 계층 사람들의 세간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집은 대문만 있고 담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두리기둥(둥근통나무기둥)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둥근 모양 두리기둥은 궁궐이나 사찰, 향교 등에만 사용했습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아무리 돈이 많고 지체 높은 벼슬아치와 사대부들도 임금의 허락 없이는 두리기둥 집을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허락 없이 함부로 두리기둥 집을 지었다가는 큰일 났습니다. 둥근기둥은 하늘 즉 천자와 임금의 위엄을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두리기둥 집의 주인은 임금의 특혜를 입은 공신(功臣)임을 알 수 있고, 집주인의 자부심은 매우 대단했을 것입니다, 솟을 대문만 세우고 울타리 담장을 둘러치지 않는 이유는 집 앞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이 집은 임금에게 공을 세운 공신의 집, 두리기둥집임을 은근히 자랑하기 위한 의도임을 알 수 있지요.” 라는 손재승 선생님의 설명이 묘하게 가슴에 남습니다. 인간의 과시욕을 눈으로 보는 듯합니다. 이렇게 하여 송재승 경상북도 문화광광 해설사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관광버스는 다음 목적지인 부석사로 갑니다. 나오는 길에 박물관 탁본실에서 紹修書院(덧말:소수서원) 탁본을 한지에 한 장 떠서 박외숙 친구에게 선물하였습니다. 인삼동동주 한 잔의 보답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