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명주 재단법인 성균관 전 부관장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게 되면 없는 호랑이도 있는 것으로 알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다. 이것을 문자로 십벌지목(十伐之木)이라 한다. 원칙과 정의는 여기에 언급할 수 없으나 사실이 없는 거짓말을 여러 사람이 또 하고 또 함으로써 상대방을 믿게 하는 것이 삼인성호요, 십벌지목이다. 전국시대에 위지(魏志)라는 책에 방총(芳叢)이 저술(著述)한 말이다.
  방총은 위나라 태자와 함께 인질(人質)로 조나라 서울 한단(邯鄲)으로 잡히어 가게 되었다. 방총은 떠나기에 앞서 혜왕(惠王)을 보고 말했다.
  지금 많은 사람이 모인 시장 가운데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하니 혜왕이 대답하기를 “믿을 수 없지” 하고 대답하였다.
  두 번째,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똑 같은 말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하니 “반신반의 하게 되겠지” 하고 대답했다. 세 번째, 또 다른 사람이 똑 같은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하니 “그때는 믿게 되겠지” 하고 왕이 대답하였다.
  대체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시장가운데는 호랑이가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세 사람이 똑같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나타난 것이 되고 맙니다. 지금 한단이란 지역은 위나라 서울인데 멀리 떨어져 있어 시장보다 멀고 험난하니 신(臣)을 모함하고 헐뜻는 사람이 세 사람 정도가 아닙니다. 바라옵건데 대왕께옵서는  신이 억울하게 모함을 받고 있는 것을 살피십시오.
  왕이 말하기를 “알앗소. 누가 무슨 소리를 하던 내가 직접 확인 하도록 하겠소” 하였다. 이리하여 혜왕을 하직하고 한단으로 떠났으나 방총이 아직 한단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그를 모함하는 간악한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뒤 태자가 인질에서 풀려 본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그가 예상한 대로 간신들의 모함에 왕을 뵈올 수가 없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호랑이 대신 증자(曾子)를 예로 든 이야기가 있다.
  증자는 효도로써 칭찬받고 있으며 또 마음씨 착하기로 세상이 다 아는 터였다. 그런데 증자와 똑같은 이름의 증삼(曾參)이란 자가 사람을 죽였다. 이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이 증자의 어머니를 찾아가 소식을 전했다. 베를 짜고 있던 증자의 어머니는 내 자식이 사람을 죽일 리가 없다 하고 베만 계속 짜고 있었다. 조금 뒤 또 한 사람이 달려와 같은 말을 했다. 증자의 어머니는 여전히 베만 짜고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 또 한 사람이 달려와 똑 같은 말을 전하자 그제야 증자의 어머니도 베틀에서 일어나 피해 숨었다는 것이다.
  착한 아들을 믿는 어머니의 마음도 여러 사람의 말 앞에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과연 모함(謀陷)이란 무서운 것, 그것에 속지 않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